자동차 독서 모임 2회
"회원은 나 혼자..
책은 역사, 추리, SF 소설 위주로, 가끔씩은 에세이도..
월요일 새벽, 금요일 저녁에는 나만의 독서 모임이 자동차 안에서 열린다."
처음 책을 정할 땐 작가의 2006년도 작품으로 출간된 지 오래되기도 했고, 소재부터 결말까지 클리셰의 연속이라는 비판도 있어서 망설이긴 했습니다.
다 읽은 후 생각해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소설 줄거리는 간단한 편입니다.
생존이 불확실해진 지구 안의 삶을 떠나서 파피용이라는
태양풍을 동력 삼는 거대 우주선으로 또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모험이 큰 줄거리입니다.
소설의 시작부터 독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아직은 멀지만 확실한 종말을 기다리며 지구에 남을 것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향해 지구를 떠나는 것
약간은 지루하지만 여기서도 있을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떠나는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남는 자와 떠나는 자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떠나기 직전까지도 무력 충돌이 일어나며 어렵게 미지로 떠나는 14만 4천. 과연 독자는 남는 자였을까요? 떠나는 자였을까요?
지구의 끝을 예상하며 떠나는 자들과 어떻게든 그들과 합류하려는 자들, 막으려는 자들.
결국은 14만 4천의 신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서 떠나게 됩니다.
인간이 하나의 뜻을 모인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들 간도 갈등이 일어나고, 범죄가 일어나고 중간에 지구도 돌아가고자 하는 자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남게 된 사람들.
우주선 안에서의 세대가 거듭되며, 분파가 갈라지고, 지구에서의 인류의 역사가 그렇듯이
집중, 일탈, 이단, 반목, 반란, 혼란 등이 일어나며 종국에 1000여 년이 지난 후
살아남은 인류의 후손은 소수만이새로운 장소에 이르게 됩니다.
이 이상의 자세한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소개하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제가 소설 속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SF적 요소가 아니라
인간의 갈등 부분과 우주선 안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인류의 시작과 갈등, 종말 부분이었습니다.
사회를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지구 전체에서 겪게 되는 사건을 어차피 경험한다는 소재는
식상할 수도 있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책의 장르는 SF이지만, 제게는 SF보다는 오히려 사회학, 인류학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재미, 흥미를 포기한 딱딱한 벽돌 책이란 이야긴 아닙니다.
어두운 차창 밖 세상은 집이라는 명확한 목적지에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좁은 자동차 안에서 틀을 넘어서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상상을 하게 만든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