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듈화/플랫폼화/표준화의 의미

자동차 산업에서 살펴본 모듈화/플랫폼화/표준화 의미

by 심야서점

이전 글에서 폭스바겐 그룹의 2030 전략을 다루면서, 모듈화/플랫폼화/표준화의 의미를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용어를 상당히 자주 사용하면서도 생각보다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의도로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혼용해서 쓰는 경우는 흔하고, 용어를 쓰면서도 정확히 어떤 걸 의도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먼저 알아둘 것은 폭스바겐 그룹의 2030 전략의 핵심이 제품으로써의 자동차에 머물지 않고, 자동차를 매개로 한 생태계를 기초로 전략을 수립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폭스바겐이 생각하는 생태계라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듈을 기존 자동차를 의미하는 메카트로닉스 (기구와 전장), 소프트웨어, 전지, 서비스, 인프라로 나눴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을 하죠.


이 내용을 기초로 모듈화, 플랫폼화, 표준화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1. 모듈화: 모듈화는 기본적으로 대상이 되는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모듈들로 나누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대상 시스템을 외부에 존재하는 더욱 큰 시스템으로부터 독립시키는 활동도 모듈화라고 부릅니다. 즉, 시스템을 모듈로 나누는 활동과 해당 시스템을 모듈로 보고 그 요건을 만드는 활동 모두를 모듈화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여기서 자동차 산업에 다루는 모듈화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1) 효율 운영을 위한 모듈화

위에서 소개한 모듈화의 의미 중 전자에 속합니다.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등 개별 시스템들이 각각 다양화, 개인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모듈들로 구성하여 조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의 구조를 바꾸는 활동을 모듈화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인식되는 모듈화의 전형이죠. 특히 폭스바겐의 2030 전략 이전에 구성했던 모듈러 툴킷 전략이 효율 운영을 위해서 제품 구조를 모듈화 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2) 모듈로써 독립 운영

위에서 소개한 모듈화의 의미 중 후자에 속합니다. 외부 시스템과 독립적으로 기획/개발/운영하여 종국에는 다양화, 유연화를 꾀하는 활동이 모듈화입니다. 예를 들어서,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가 각각 하나의 모듈로 역할합니다. 모듈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메카트로닉스 즉, 차량 모델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소프트웨어는 독립적인 라이프사이클을 갖고, 심지어 외부 차량 모델에 폭스바겐에 소프트웨어를 입힌다든지, 아니면 반대로 폭스바겐의 차량 모델에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입히는 식으로 독립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는 폭스바겐의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를 외부 서비스 모듈이 활용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겠죠. 이 모든 것은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이 각각 모듈화가 되어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합니다.



2. 플랫폼화: 플랫폼이라는 공통 자산을 정의하고, 이를 활용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을 플랫폼화라고 부릅니다. 또는 시스템의 외부 요소와 결합하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백본을 제공하는 활동도 플랫폼화라고 부릅니다. 전자는 보통 제품 플랫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의 언더바디를 플랫폼으로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공정을 설계하여 다양한 모델을 효율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활동을 플랫폼화라고 부릅니다. 후자는 서비스 플랫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앱스토어, 카카오톡과 같이 핵심 자산을 활용하여 생태계를 구축하는 활동도 플랫폼화라고 부릅니다.


1) 복잡성 절감을 위한 플랫폼 적용

위에서 소개한 플랫폼화 정의 중 전자에 속합니다.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등 각각의 모듈들은 모든 모델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하나의 제품이라고 본다면 제품 플랫폼이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면 시스템 플랫폼이 되겠죠. 과거 플랫폼과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한정된 모델, 한정된 제품군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었다면 플랫폼 자체가 다수의 모듈로 구성되어 전체 모델에 공통의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앞의 모듈화 첫 번째 의미도 일맥상통합니다.


2) 생태계 조성

플랫폼화의 정의 중 후자에 속합니다. 시스템 외부와 결합하여 자동차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통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이를 위한 기본 백본을 제공하는 것을 플랫폼화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작게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모듈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까지 플랫폼화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에서 만들어둔 자산을 기초로 다양한 고객을 포함한 외부 플레이어을 끌어들여서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의 전환까지도 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기초를 만듭니다. 모듈화의 두 번째 의미가 이를 위한 기초가 되겠죠. 전력 생태계에서도 자동차 하나하나가 모듈로 전력을 저장, 전달, 활용하는 주체로 역할을 담당합니다. 여기서도 플랫폼화가 활용되겠죠.



3. 표준화: 표준화는 너무나도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기본 의미를 알고 있더라도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표준화는 한정된 부품, 모듈,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부품 간의 인터페이스, 모듈 간의 인터페이스, 시스템 간의 인터페이스를 사전에 정의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1) 개별 시스템 내부의 구성 모듈들의 표준화

가장 일반적인 표준화의 의미입니다.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전지, 서비스 각각도 모듈화를 합니다. 메카트로닉스 내에 다양한 모듈들이 있고, 다양성(Variety)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모듈들 중에서 외부 시스템의 다양화, 또는 가치에 기여하지 않는 다양성을 한정, 절감하여 종류를 줄이는 활동을 표준화라고 부릅니다.


2) 효율화를 위한 단일 모듈로의 표준화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전지, 서비스 등 최대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각각의 모듈은 한 가지로 통합을 합니다.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한 가지로 해서 각각의 모듈이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하나의 모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아키텍처로 통합을 합니다. 아키텍처 내에서는 다양한 모듈, 모듈 간의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표준화된 외부와의 인터페이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랫폼과 연결을 시키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을 하는 겁니다. 과거에 메카트로닉스 플랫폼이 MLB, MQB, MSB, MEB로 구분이 되었다면, 앞으로는 SSP 플랫폼 하나로 표준화, 통합화되는 거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델별로, 세그먼트별로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를 쓰던 것을 하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이런 활동을 표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시스템 간의 결합 표준화

앞서 효율화를 위한 단일 모듈로의 표준화가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하나의 아키텍처로 통합한다고 했습니다. 아키텍처의 변화 없이 다양한 모듈로 전환되어도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전지, 서비스 등 각각의 모듈은 서로 결합하여 끊김 없이 작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간의 결합 표준화, 즉 인터페이스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4) 운영 효율을 위한 표준화

마지막으로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전지, 서비스의 각각의 다양화를 추구하더라도 기업 이익에 기여하지 않고, 비용을 발생하는 개별 모듈을 제거하는 표준화 작업이 있습니다. 폭스바겐 2030 전략에서는 전지를 하나의 타입으로 통합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하나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통합하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최대한 정리를 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 내용을 숙지하고 나서,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전략이나 모빌리티 전략을 살펴보시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