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요코미조 세이지 소설의 매력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에는, 특별한 공기가 감돕니다.
축축하게 끈적거리는, 인간의 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느낌.
전후의 시대상을 반영해서인지, 소설 전체에 스며든 공기마저 음습하고, 웃음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야기는 독자를 깊숙이 끌어당깁니다.
그 힘은 긴다이치 쿄스케가 지닌 인간적인 매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로장의 참극』은 국내에 새롭게 소개된 작품입니다.
'미로장'이라 불리는 기묘한 여관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탐정 김전일처럼, 사건을 막지 못한 채 많은 이들이 희생된 후에야 진실을 밝히는 긴다이치 쿄스케.
이번에도 사건 예방과는 거리가 멀지만, 특유의 명쾌한 해설로 명탐정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다만, 중반까지는 기대했던 흡입력이 다소 부족해 지루하게 느껴졌고,
사건 해결도 예상보다 너무 빠르고 허무하게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긴다이치 쿄스케, 긴 기다림 끝에 펼쳐든 작품이기에
조금은 더 특별하고 싶었던 마음. 그래서일까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미조 세이시만의 어둡고 매혹적인 세계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