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사고와 가설 기반 사고의 균형
자기 자신의 현황을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경험한 것, 앞으로 행하고자 하는 것 등 그 무엇도 자기 자신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면 되지, 왜 굳이 다른 사람의 도움, 즉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으려는 걸까요?
고객이 외부의 힘을 빌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지만,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없을 때 외부의 힘을 빌립니다. 이때 컨설턴트는 '콘텐츠(Contents)' 즉, 전문 지식과 해결책 그 자체를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합니다.
설령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더라도, 문제를 외부의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하고 싶을 때 외부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 경우 컨설턴트는 '프로세스(Process)' 즉,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체계적인 과정과 방법론을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맡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가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는 프로젝트는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 복합적인 상황이며, 어떤 요소가 더 우위에 있느냐만 다를 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성공적인 문제 해결 경험과 그로부터 쌓은 지식이 오히려 '부채'가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정해진 짧은 기간 동안 가설 중심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취하라고 하지만, 이는 가설이 틀렸을 경우 과감히 폐기할 수 있는 '용기'가 뒷받침될 때에만 유효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경험에 매몰되면 어떻게 될까요? 고객의 문제와 관계없이 과거 경험에 갇힌 '문제 인식'과 '문제 해결'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컨설팅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수준을 넘어, 컨설팅의 유효성 자체를 의심받게 합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컨설팅 산출물의 고객사 이름만 지우면 어디에도 쓸 수 있는 산출물”이라는 비판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고 지레짐작하여 손쉽게 결론을 내리고, 아는 것이 많다는 이유로 해결책 하나하나에 스스로 제약을 두게 되니 결국은 천편일률적인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컨설턴트가 자주 듣는 조언 중 상충되는 듯하지만, 사실은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사고법이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에 매몰되거나 필터링되어 고객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자신이 가진 프레임에 고객의 문제를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됩니다.
"망치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라는 필터를 잠시 버릴 줄 아는 용기, 즉 원점 기반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 어떤 배경 없이 순수하게 현재 파악하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봐야만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점 기반 사고와 상충되는 듯 보이는 가설 기반의 사고는 문제 해결의 관점입니다.
컨설턴트는 한정된 자원과 시간 내에 결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를 파악한 후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엔 자원이 명확히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컨설턴트는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해결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폐기하고 다시 가설을 세우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런 방식은 맨땅에서 해결책을 내놓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컨설턴트에게 가장 중요한 ‘품질이 확보된 납기 준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점 기반의 사고는 '문제 인식'에, 가설 기반의 사고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핵심 도구입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균형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타협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만족'일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쉽게 만족하여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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