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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Feb 08. 2020

여자 친구 때문에 열심히 한 건데 이게 웬일이래?

목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하다보면 기회를 만나기도

10년 전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창원 39사단에서 5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입소 첫 날부터 답답함이 몰려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사람을 많이 가렸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훈련소라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먹고자며 생활해야 한다 생각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같이 입소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훈련소 생활이 어디 좋았겠냐마는 나는 특히나 더 못 견뎌했다. 매일 일기장에 나의 심경을 글로 토로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희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전화포상이었다. 열심히 해서 점수가 우수한 훈련병에게 전화포상을 준다고 했다. 


그 당시 만나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때부터 뭐든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든 솔선수범해서 했고 특히 발표만큼은 빠지지 않고 제일 먼저 손을 들고 발표를 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참아가면서 말이다. 전화포상을 받고야 말겠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결국 노력의 결과로 내가 원하는 전화포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5주 뒤 훈련소 수료식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약 150명 정도 되는 훈련병들 중 성적이 우수한 상위 5명에게만 주는 상장을 내가 받게 된 것이다. 


최종 5명에게 주는 성적우수상을 받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여자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갔을 뿐인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되어 어안이 벙벙했다.


수료식 날 나를 포함한 최종 5인은 모든 훈련병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부대 대빵님에게 상장과 메달을 받았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수료식을 마칠 수 있었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하다보면 기회를 만나기도


삶에서 목표는 중요하다. 목표 없이 달리는 것보다 목표를 세우고 달리는 사람이 목표지점에 좀 더 빨리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목표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목표가 없으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할까? 


목표가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중요한 건 맞지만 목표가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크고 거대하게 세우다보면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또 목표를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면 그만큼 시작하는 시간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면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면 되고 없다면 없는 대로 그냥 시작하면 된다.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노력이 부대 상장을 받게 되는 결과를 낳았던 것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의외의 기회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작게나마 한 번 시작해보는 것,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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