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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Feb 06. 2020

인사이동을 했다. 잘한 선택인 걸까?

지난 2019년 11월, 직장에서 후반기 인사이동이 있었다. 인사이동 대상자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직 보직기간이 남았던 터라 당장 이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대상자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언제 어디로 튕길지 모르기 때문에 마냥 지금의 자리를 고수할 수는 없었다.  


현 자리에 발령을 받아 일을 할 때만 해도 힘들고 어려운 것만 보였는데 막상 옮길려고 하니 좋은 것만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한다 생각하니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서 일하는 것도 걱정됐지만 현재 적응해서 잘하고 있는 것을 놓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일도 적응돼서 손에 익었고 사람들도 다 좋아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해서 좋았는데 놓치기가 아쉬웠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지금 자리에 있으면 하던 일이니까 수월해서 좋고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좋고. 대신 지금의 자리가 다른 부서보다 업무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잖아? 그렇다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일은 좀 편할 거 같은데. 아 그래도 진급은 지금 자리에 있는 게 유리할 것 같고..

그래도 같은 직렬의 선배들이 옮길 때 나도 같이 이동해놓으면 타지로 튕길 위험을 없을 거고..

하.. 미치겠네..'


사실은 이것보다 더 많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밥을 먹을 때도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고 길을 걸을 때도 온통 인사이동 생각뿐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래, 이번에 이동하자!"


다음 날 직장에 인사이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말을 하고나서도 이게 과연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고 며칠 뒤 다른 부서로 이동이 확정났을 때도 같은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 사무실에 남아 책상을 정리했다. 이상하게 물건 하나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모니터 위에 앉은 먼지까지도 괜히 애처로워보였다. 마음이 뒤숭숭했다. 휴대폰으로 박상민의 '서른이면'이라는 노래를 틀어놓고 가만히 노래만 듣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 일했던 자리는 아니었지만 떠난다고 생각하니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짐이 가득 담긴 박스를 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인사이동 후 첫 출근하던 날

항상 가던 곳이 아닌 다른 건물로 출근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새로운 부서는 생각만큼이나 낯설었다. 내가 내린 선택이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보다는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잘한 선택은 없다.
내가 한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고
믿을 뿐이다.


계속 그 전 부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의 선택이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의문을 던지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이동했는데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변하는 건 없잖아. 그런데 왜 나는 계속 지난 일을 가지고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 거지...'


이미 일어난 일이었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고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잘한 선택이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누군가 말했다. 자신의 선택이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때는 내가 한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고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떠올리며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나니 그때부터 새로 맡은 자리의 장점만 생각하게 되었다.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고민할 때만 해도 이전 부서에 대한 장점만 떠오르고 다른 부서에 대한 단점만 떠올랐는데 잘한 선택이었다고 믿는 순간부터 지금 이동한 부서의 좋은 점들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 부서보다 신경 쓸 일이 적어서 좋구나.'


'전에는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만 하느라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아팠는데 새로 맡은 일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이라 오히려 내 적성에는 잘 맞네.'


현재 인사이동을 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생각보다는 적응을 잘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내가 한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고 믿고 새로운 부서의 좋은점만 보며 일했기 때문에 이만큼이나마 적응하며 잘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면 누구나 옳은 선택, 현명한 판단을 하길 원한다.


하지만 옳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머리를 굴리며 수십 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 해도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계속해서 고민이 될 때도 많다. 그럴 땐 그냥 이렇게 생각하자. 옳은 선택은 없다고,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이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를 던지길 잘했을까 아닐까 고민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 이럴 땐 그냥 잘한 선택이었다고 믿는 게 지금의 나에게 좋다.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한다. 그때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더 나아졌을까?


역사에 있어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라는 사람의 역사에서도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은 만약일 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는 게 지금의 나에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만큼이나 잘 살 수 있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했을 때 지난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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