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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ul 16. 2020

개그콘서트가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

얼마 전 개그콘서트가 마지막 방송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개그콘서트를 안 본 지 오래됐던 터라 뉴스 기사를 보고도 '폐지되는구나.'하고 가볍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다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개그콘서트 특집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개그콘서트 마지막회 중 마지막 장면이 잠깐 나왔다. 항상 피날레 음악을 연주하던 밴드가 이번엔 무대 위로 나와 개그콘서트가 끝났음을 알리는 음악을 연주했고 그 모습을 코미디언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코 끝이 시큰해지고 말았다. 많은 코미디언들의 그 심정이 전해지는 것 같아 금세 눈가 촉촉해다.(원래 좀 잘 운다.) 그러곤 생각했다.


'20년이나 넘게 방송을 해온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왜 폐지될 수밖에 없었을까.'


사람들은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이유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미가 없으니 보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시청률이 떨어지고 나니 결국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폐지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재밌는 것이 너무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과학기술, 인터넷 등이 발달하면서 현대 사회에는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문화적으로 놀거리들이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놀거리 바로 스마트폰이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꼭 누군가 함께 하지 않고도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 영화, SNS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티브이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세상에 즐길거리가 많아도 티브이를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예능, 드라마, 스포츠 등등 프로그램이 너무나 다양해서 꼭 개그콘서트가 아니더라도 볼거리가 넘친다. 설령 개그콘서트를 즐겨본다고 하더라도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본방송을 볼 필요가 없게 되었고 그것이 시청률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거라 생각한다. 결국 개그콘서트가 아니더라도 웃고 떠들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개그콘서트 폐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자꾸 새로운 것이 만들어면서 동시에 기존에 있던 것들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들었고 인터넷 쇼핑몰이 생기면서 가격에서 경쟁력을 잃은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점점 디지털화되면서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낡아서 없어지는 것들을 보고 있자 왠지 그 당시의 추억과 감성마저 앗아가버리는 것 같아 왠지 좀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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