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지났다. 2020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지난 1년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무엇을 하며 한 해를 보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쏜살같이 빨리 지나간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다. 다른 때와 달리 지난 2020년만 유독 빨리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이전 몇 년 동안은 뭔가를 많이 했었다. 책을 읽었다. 운동을 했다. 여행을 다녔다. 계속해서 낯선 곳을 찾아다녔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새 직업을 얻었다. 이사와 동시에 독립을 했다. 대학교에 입학했다. 글을 썼고 책도 출간했다.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렇게 뭔가를 많이 했던 해에는 연말에 지난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시간이 그렇게 후딱 지나갔다는 느낌이 덜했다. 올해도 참 빨리 지나갔다는 말을 하며 아쉬움울 토로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했다는 생각에 한 해를 의미있게 보냈다는 보람이 더 컸다.
이번 2020년은 달랐다. 별로 한 게 없다. 책을 꾸준히 읽지도 글을 많이 쓰지도 않았다. 여행을 가지도 않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다. 새롭게 뭔가를 배운 것도 없었다. 낯선 곳을 찾아다니기보단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걸핏하면 맨바닥에 드러누워 잠들어버렸다. 어떠한 도전도 경험도 하지 못했던 것이 코로나의 영향이 컸지만 사실 게으름이 더 큰 이유였다. 뭔가를 이뤄낸 게 없으니 한 해를 돌이켜봐도 생각나는 게 없었고 그렇다보니 유독 2020년이 더 빨리 지나간 것이라고 느끼게 됐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공장 생산직으로 일하던 20대 중반 때도 그랬다. 일이 많은 회사였다. 한창 바쁠 때는 매일 밤 11시에 마쳤고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 한 달에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해야했다. 그곳에서 3년 6개월을 일했다. 그렇게 종일 일만 하며 살다보니 3년 6개월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뭘하며 살았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살인적인 업무와 그로 인해 쌓인 피로뿐이었다. 허무하고 공허했다. 이번 2020년도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다.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일년 뒤, 202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느끼지 않으려면, 지난 한 해가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으려면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업무에 충실하되 나머지 시간에는 나만의 의미있는 '딴짓'을 찾아서 해봐야겠다. 이번 2021년 12월에는 '올 한 해는 정말 다이내믹했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작은 도전을 하며 성취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