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화를 내는 건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다

by 기타치는 권작가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점심식사를 할 준비를 하며 쉬고 있는데 타부서에서 업무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왜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온다니?' 식사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처리하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도 같아 서둘러 의뢰 들어온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예상과 달리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았다. 급하게 하다 보니 실수가 잦았다. 제대로 한다고 했는데 해놓고 보니 또 뭔가 안 맞았다. 하나를 끝내 놓으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간이 점점 지연되었다.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식사 먼저 하고 오후 업무 시작할 때 마무리 짓고 전달하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하면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일이라 그러기도 모호했다. 또 타부서라 해도 같은 건물이 아니라 차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옆동네에서 온 직원들이라 점심 먹고 다시 오라고 하기도 좀 미안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보니 이도 저도 되지 않았다.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처리하는 게 상책이었다. 정신을 집중하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어느덧 시계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고 그때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업무 요청을 할 거면 좀 더 일찍 오든가, 아니면 아예 점심시간 이후에 오든가, 어중간하게 와서 이게 뭐람?' 나도 모르게 억눌러왔던 짜증이 밖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깊은 한숨이 나왔고 표정은 일그러졌다. 마스크 덕분에 잔뜩 심술 난 입 모양은 숨길 수 있었지만 찌푸려진 미간과 화기로 인해 쪽 찢어진 눈매까지는 어찌 할 수 없었다. 빨리 일을 끝내려 소변까지 참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오줌보에까지 괜히 신경질이 났다. 화기 때문인지 몸에 열이 나 또 한 번 한숨을 푹~쉬며 겉옷을 벗었다. 내 감정을 눈치챘는지 타부서 직원이 멋쩍은 듯 말했다.


"아이고 저희 때문에 식사도 늦어지고, 죄송합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하고 형식적으로라도 대답을 했어야 했는데 화에 휩싸인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업무에만 집중했다. 욱 하는 성질이 누구나 있지만 나는 특히 더 하다. 심할 때는 한번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열을 받곤 한다. 이럴 때 보면 스스로가 성격파탄자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으니 타부서 직원이 미안했는지 그냥 식사 먼저 하고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곧바로 식사를 하러 갔고 오후 업무 시작하자마자 서둘러 일을 처리한 후 타부서 직원에게 전달해주었다. 직원은 내게 감사하다며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차를 타고 자신의 사무실로 출발했다.


이후 같이 있던 동료이자 후배인 J가 내게 말했다.

"행님, 아까 좀 짜증나셨죠?ㅋㅋ"


사실 좀 그랬다며 그때의 상황을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러곤 이렇게 되물었다.

"야, 근데 내가 좀 심했나? 그렇게까지 열 받을 건 아니었제?"


J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왜 그렇게 열 받아 하고 또 상대방에게 왜 그렇게까지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낸 건지 스스로가 부끄럽고 또 한심스러웠다. 물론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일을 하면 기분 좋을 사람이야 없겠지만은 그래봤자 한 20분 정도 지난 건데 그거 일 좀 더 한 게 뭐가 그렇게 짜증난다고 그리 열불을 토한 건지. 더군다나 타부서 직원이 내 또래도 아니고 삼촌뻘 되는 분인데. 업무적으로 종종 봤었던 그 직원은 워낙에 사람이 좋은 분인데, 그럴수록 내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내가 화난 것만 생각하다가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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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별것도 아닌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를 평소보다 좀 늦게 했다고 해서 몸이 탈 나는 것도 아니고 우주가 뒤바뀌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맨날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그렇게 점심시간이 늦어지도록 일을 한 건데 가끔 있는 일로 왜 그렇게 투덜거렸던 걸까. 당장은 스트레스 받는 일이지만 이게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일로 기억이 될까? 왜 화를 냈는지 생각이나 날 만한 일일까?


생각해보면 작은 일에 죽일 듯이 화를 내는 경우가 이 때뿐만이 아니었다. 운전 중에 앞차가 늦게 간다고 짜증 내고, 식당에서 직원이 말을 삐딱하게 한다고 혼자 궁시렁거리고, 직장 동료가 내 생각처럼 업무를 해주지 않는다고 속으로 욕하고, 한 번 말한 걸 바로 이해하지 않는 엄마를 그렇게 타박하고. 당장 몇 년이 아니고 하루만 지나서 생각해봐도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일들인데도 나는 어리석게도 감정을 소비하곤 했다.


화가 날 때마다, 불쾌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뇌되야겠다.


'지금 이 일이 1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 거야. 화 내지 말자.'

'사소한 일에 내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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