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분 좋게 하는 게 좋은 이유

by 기타치는 권작가

출장을 갔다. 업무관련 교육을 듣기 위해서였다. 가고 싶지 않았다. 당장 활용 가능한 업무의 교육도 아니었을 뿐더러 사무실 안에는 빨리 끝내야 할 일이 있어 저걸 언제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교육장까지 가는 거리가 멀어서 더 가기 싫었다. 편도로만 100km였다. 게다가 출장 일정은 무려 5일이었다. 5일 동안 매일 왕복 200km 거리를 운전해서 다녀와야 했다.


함께 교육 받아야 하는 선배 1명과 후배 1명을 태우고 교육장으로 출발을 했다. 가기 싫다는 생각이 계속 드니 짜증이 났다. 내가 기분이 안 좋으니 같이 있던 선후배도 별 말이 없었다. 원래 두 사람 다 조용한 편이긴 했지만 내가 기분이 안 좋으니 일부러 말을 안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출장을 가고 싶든 안 가고 싶든 출장은 무조건 가야 하는 거였다. 이러한 상황은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었다.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뿐이었다. 마음을 바꿔보기로 했다. 일단 내 마음 속 짜증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계속 짜증을 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가야 하는 건데 그냥 기분 좋게 갔다 오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려 애를 썼다.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뭔가 기분전환 할만한 게 필요했다. 마침 휴게소가 보였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좀 쐬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내가 말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요."


뒤에 앉아있던, 50대 중반의 선배가 갑자기 나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나는 차에 있을 테니까 이거 갖고 가서 사."


그 말에 나는 웃음이 빵~터지고 말았다. 편의점에 파는 커피 그거 얼마 한다고 굳이 이렇게 카드를 주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났던 거다. 거기서부터 살짝 기분이 풀리기 시작했다. 편의점에 들어갔다. 시원하고 달짝찌근한 커피를 골랐다. 빨대를 꽂아 쭈~욱 들이켰다. 커피의 달달함이 입 안을 휘감았다. 어느 때보다 더 달달하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왔다. 바람을 쐤다. 시원하고 상쾌했다. 마음이 좀 더 나아졌다.


차를 타고 다시 출발했다. 노래를 틀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일부러 선후배에게 말을 걸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두 사람 다 웃으며 얘기를 잘했다. 선배는 원래 잘 알던 사람이라 그렇다 쳐도 옆 사무실이어서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던 후배가 그렇게 얘기를 잘하는지 몰랐다. 서로 통하는 이야기가 있어 가는 내내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재밌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엔 짜증이 나있던 내 마음이 많이 풀려있었다. 이렇게라면 5일 동안 왔다갔다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풀리니 교육도 기분 좋게 잘 들을 수 있었다.



교육이 끝난 후 사무실로 복귀를 하는데 낮에 짜증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뭐가 그렇게 싫다고 짜증이 났을까 싶었다. 그날의 하루를 복기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어릴 적 친구였던 영백이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밤 11시,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마치기까지 몇 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얼른 집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얼른 일어나 가방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원장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1시간 보충 수업이 더 있다고 말했다. 순간 너무 짜증이 났다. 11시면 집에 갈 줄 알고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한 시간 더 해야 한다고 하니 극도로 화가 치밀었던 거였다. 시험 기간이라고 토, 일요일에 놀지도 못하고 학원에서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여서 더 화가 났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영백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 그냥 기분 좋게 하자."


그때는 얘가 뭔 소리를 하는가 싶었다. 짜증이 나 죽겠는데 무슨 자기 혼자 마음 편한 소리를 하는가 싶었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결국 1시간 동안 보충수업을 하면서 공부는커녕 짜증을 내는 데 시간을 다 보냈다. 사실 영백이도 보충 수업이 기분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처음엔 영백이도 짜증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화내봤자 바뀌는 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그냥 기분 좋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출장을 다녀올 때 계속 짜증내며 안 좋은 기분에 빠져 있었다면 며칠 동안의 출장이 불만, 불평으로 가득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말과 행동을 바꿨다. 덕분에 하루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때의 영백이의 그 말을 이제 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성숙한 내가 되었다. 그럼에도 종종 지금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기 싫어하는 나와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지만 이내 영백이가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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