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카페에서 즐기는 여유 그리고 글쓰기

by 기타치는 권작가

오늘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전날에 일찍 잔 덕분이다. 많이 일찍 잤다. 밤 9시? 10시? 아니다. 해가 떠있는 오후 5시쯤 잤다. 명절 첫째날에 친척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제사를 지낸 후 집으로 왔는데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낮부터 피곤했다. 지금 자면 밤에 일어날려나 했는데 새벽 3시까지 푹 잤다. 더 자고 싶었지만 정신이 말짱했다. 자고 있는 사이에 무슨 연락이라도 왔을까 기대하며 폰을 확인했다. 그럼 그렇지, 별것 없었다.


넷플릭스를 열었다.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맨 채 영화를 봤다. 한 편 보고 나니 어느덧 4시 30분이 되었다. 무얼 할까 생각했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카페에 앉아 날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24시간 카페를 검색했다. 샤워하고 밥 먹은 후 카페로 갔다.


6시쯤 카페에 도착했다. 아직 밖은 어두컴컴했다. 카페 1층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2층으로 올라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를 즐겨야지 하고 올라갔지만 예상외로 시끌벅적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가 싶어 봤더니 20대 초반의 남자 4명이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사람들 행색이나 분위기로 보아 아침모임을 하러 온 것 같진 않고, 새벽까지 술을 먹다가 헤어지기 전 잠깐 음료 한 잔하러 들어온 듯 보였다. 나는 '밤새도록 술쳐묵고 뭐하는 짓이고' 하며 약간 한심한 듯 그들을 힐끔 쳐다보다가 '내가 뭐 그리 잘났다고 저들을 평가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아침 일찍 카페에서 글을 쓰는 내가 밤새도록 술을 마신 사람들보다 반드시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도 다르고 기준도 다르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꽤 만족스럽지만 누군가는 그런 날 보며 "잠이나 더 자지 뭣하러 시답잖은 글을 쓴답시고 저렇게 카페에서 작가 코스프레하며 앉아있는 건지.." 하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밤새 술마신 사람들보다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사람의 삶이 좀 더 건설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수시로 폭소를 하는 저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은근 부럽기도 하다. 시간이 갈수록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함께 놀던 사람들 중 몇몇은 결혼을 했고 누군가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어느덧 나이가 들다보니 모임을 가도 예전처럼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늦은 시간에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가 낯설면서도 새롭고 재밌다. 그래서 저렇게 웃고 있는 저 친구들이 부럽다. 술 먹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한창 독서에 빠져 살던 20대 중후반 때와 글쓰기에 몰입하던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렇게 한심해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요즘따라 사는 게 뭐 별 거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냥 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게 그게 사람 사는 재미 아닌가 싶다.


내가 요즘 유튜브를 자주 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예전엔 유튜브 보며 노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을 저렇게 낭비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한심해 보였는데 요즘 너무 웃을 일이 없는 걸 생각하면 재밌는 영상 보면서 하하호호 웃는 것도 제법 괜찮은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종종 방바닥에 드러누워 유튜브를 보며 혼자 깔깔거린다. 영상보며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기는 한데 요즘은 쓸데없이 너무 자주 보게 돼서 걱정이다. 일하다가 잠시 쉴 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습관적으로 유튜브에 들어가서 쇼츠 영상을 돌려본다. 눈은 아프고 시간은 아깝다. 비생산적이다. 앞으로는 좀 줄여야겠다.



카페 안에는 남자 4명 말고도 다른 테이블에 한 팀이 더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앉아있었는데 한 사람은 60세로 추정되는 중년의 남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아내 또는 여자친구가 앉아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무슨 일로 아침 일찍 카페를 찾은 건지 생각했다. 원래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대낮도 아니고 다 자는 이른 아침 시간에 카페에 있으니 그들의 사연이 더욱 궁금한 것이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60세 중년 남성과 함께 앉아있던 사람이 화장실을 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아내와 함께 기분전환을 위해 아침에 카페에 왔거나 여자 친구와 밤새 놀다가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기 위해 카페에 왔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래 꼭 여자일 수는 없지. 남녀가 아닌 중년의 남자 둘이서 카페에 올 수도 있는 거니까.


글 쓰는 데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수성못이 보인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차들이 보인다. 저 멀리 경전철도 보인다. 이렇게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건 아침 시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풍경 하나를 보기 위해 새벽 추위를 버텨내며 카페에 온 건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다. 이른 아침일수록 글이 잘 써진다.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생산성이 있다.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보며 글을 쓸 때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 있다. 이 맛에 종종 새벽에 카페에 간다.


2023년 1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 새해가 됐을 때 올해 목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 잡았지만 뭘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간 건지, 분발해야겠다. 올해는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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