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동생들이 어려운 걸까요

by 기타치는 권작가

나는 동생이 불편하다. 성별을 불문하고 동생들을 어려워한다. 형, 누나는 편한데 이상하게 동생들을 대하기가 어렵다. 모임을 몇 개 하고 있는데 동생들이 많은 모임은 갈 때마다 부담이 된다. 모임에서 동생들과 같이 있으면 노땅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같이 얘기를 나누고 해도 왠지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88년생이다. 89, 90년생은 그나마 또래 같아서 괜찮지만 더 어린 친구들, 그러니까 95, 96년생쯤 되는 동생들을 보면 너무 애기 같아 보인다. 말 붙이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 90년대생은 차라리 낫다. 00년생을 볼 때면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은 나이가 어려도 성향이 비슷하면 곧잘 친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람도 열에 한 명이다.


모임에서는 좀 낫다. 동생들이 특히 더 어렵게 느껴지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직장에서이다. 우리 부서에는 나 포함 4명인데 한 명이 내 상사이고 나머지 두 명이 나보다 동생이다. 같이 일하는 동생들에게 형처럼 듬직하게 말하거나 행동하지 못한다. 리더십이 부족해서? 그건 아니다. 리더십은 제법 있는 편이다. 하지만 동생들에게는 그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왜일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일을 하자고 하거나 또는 내가 어떤 일을 시켰을 때 동생들이 그런 나를 미워할까 봐 말을 잘 못한다. 내가 일을 시켰을 때 당연히 해야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동생들이 귀찮아하거나 대답을 안 하는 등의 행동이 내 눈에 보이는 게 싫어서 말을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내가 좀 권위적인 면이 있다.)


서로 생각도 다르고 일하는 스타일도 다르다보니 업무를 처리할 때 성격상 내가 말을 편하게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한 과한 배려가 나뿐만 아니라 동생들까지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조용하거나 차분한 성격의 동생에게는 그나마 말하는 게 덜 불편하지만 어쨌든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동생이 불편한 건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연하보다는 동갑이, 동갑보다는 연상이 끌린다. 남자는 대부분 어린 여자를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연하에게는 마음이 덜 간다. 만약에 어떤 아리따운 여성 분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분이 나보다 한두 살 어린 것보다 한두 살 많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희한하다. 아마 성숙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스무 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만난 여자 친구가 대략 6, 7명 정도 되는데 그 중 한 명만 동갑이고 5, 6명이 다 연상이었다. 일부러 연하를 안 좋아하는 게 아니다. 뭔가 통한다 싶으면 대부분 연상이었을 뿐이다.


형, 누나가 편하다. 동생들과 달리 형, 누나와 친하다. 연락하는 지인 중에도 누나가 많다. 평소 말을 조잘조잘 대며 많이 하는 편이다. 한 가지 일도 잘게 쪼개서 하나하나 다 말하는 스타일이다. 웬만한 여자보다도 수다스럽고 공감 능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누나들과 잘 통한다.

동생이 불편하고 형, 누나가 편하면 동생들과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지 말고 윗사람들 하고 편하게 지내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맞다. 그러면 된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내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동생들이 더 많아진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는 모임에서든 직장에서든 이성을 만날 때든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더 높다. 물론 모임 중에는 나보다 나이대가 높은 모임도 있지만 어쨌든 20대 초반부터 30대 초중반의 모임이 훨씬 많다. 직장에서도 선배들은 퇴직하여 직장을 떠나는 반면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갈수록 결혼을 해서 떠나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이므로 내가 만날 수 있는 연상의 수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고민이 되는 것이다.




고민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 걸 어쩌겠는가. 난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대신 연습은 좀 필요할 것 같다. 동생들이 어렵다는 생각을 말로 뱉으니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러한 부정적인 말이 나를, 동생들을 어려워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동생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최소한 말으로라도 뱉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제는 동생들과도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긍정하며 동생들에게 더 자주 다가가고 더 많이 대화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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