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고난이 지금의 기회가 될 줄이야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게 된 특별한 계기

by 기타치는 권작가

70kg. 현재 내 몸무게다. 인바디 검사를 했다. 과체중이라 나온다. 키가 169cm이니 그럴 만도 하다. 보기에는 딱 좋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몸무게였다. 70kg은커녕 60kg이었던 적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년 전 내 몸무게는 55kg이었다. 운동해서 몸을 불렸다. 15kg을 증량하여 지금의 몸무게를 만들었다. 단순히 남들처럼 운동하고 식단관리해서 몸을 만든 게 아니다. 예전에 헬스를 하다가 당한 부상 때문에 원래는 근력운동을 할 수 없는 몸이었다. 내가 운동해서 몸을 만들 수 있었던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지난 21년 5월쯤이었다. 몸이 좀 아팠다. 손발이 저리고 두통, 어지러움이 있었다. 다리가 당기고 화끈거려 자리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가슴에 돌을 얹어놓은 듯한 답답함이 자주 지속되었다. 심장이 요동치듯 너무 크게 뛰어 잠을 잘 자지도 못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효과가 없었다. 약도 듣질 않았다. 그렇게 1년을 넘게 앓다시피 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의 증상일지를 블로그에 올리곤 했는데 글을 본 한 구독자가 자신이 아는 마사지숍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며 주소를 알려줬다. 속는 셈치고 가봤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마사지사가 있었다. 마사지를 받았다. 일반 마사지와는 지압법이 달랐다. 내 몸을 손으로 누르고 발로 밟았다. 지금껏 받아본 마사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 살이 터져나가는 듯했다. 50분 내내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몇 주에 걸쳐 꾸준히 마사지를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는 내가 마사지사에게 현재 몸 상태를 얘기했더니 나보고 운동을 하라고 했다. 근육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마사지사에게 내가 말했다.


"운동을 하고는 싶은데 예전에 헬스하다가 무릎이랑 어깨를 다친 적이 있어서 운동을 못해요. 무거운 것만 들면 자꾸 관절이 아파요."


내 얘기에 그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운동하면 되냐면요.."


설명을 들어보니 그럴 듯했다. 운동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지 신기했다. 알고 보니 과거 보디빌더 출신이었다. 단순히 웨이트 트레이닝만 많이 한 게 아니었다. 인체에 대해서도 공부를 꽤 한 듯했다. 마사지사의 조언대로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관절이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했다. 계속해서 중량을 늘려나갔다. 1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15kg 증량에 성공한 것이다.


몸만 좋아진 게 아니다. 나를 괴롭히던 이상증상들까지 싹 사라졌다. 1, 2주만 운동해도 차도가 느껴졌다. 한두 달이 지나니 대부분의 증세가 완화됐다. 1년 넘게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증세가 나아짐으로써 근력운동의 효과를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몸무게 증량에 성공하여 지금의 탄탄한 몸을 만든 것이 내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평생 멸치로 살아왔다. 몸이 마르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사람들로부터 왜 이렇게 말랐냐는 식의 외모 지적을 받아야 했다. 삐쩍 마른 몸이 나에겐 심각한 콤플렉스였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속상해서 울음을 삼킨 날도 꽤 많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지인들이 몸이 왜 이렇게 좋아졌냐며 놀란다. 이제 제법 남자다워 보인다며 나를 치켜세운다. 덕분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자존감도 올라갔다. 거울을 보고 있으면 이런 내 모습이 신기하다. 제2의 삶을 사는 기분이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황홀할 따름이다.


샤워할 때나 옷을 갈아 입을 때 거울 속 내 모습을 자주 들여다본다.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부진 몸을 보며 흐뭇해 하던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내가 아팠기 때문, 아니 덕분이구나.'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 참 잘 아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고난 덕분에 바뀔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아프지 않았다면 큰 문제 없이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마른 몸 때문에 계속 위축되고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살았을 것이다. 몸이 아파 고생은 했지만 아픈 것을 계기로 마사지사를 알게 되었고 그의 조언대로 운동을 한 덕분에 건강도 회복하고 보다 탄탄한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이렇게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강도 높은 근력운동으로 통증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운동을 내 삶의 일부로 여길 수 있게 됐다.


몸이 아플 때만 해도 괴로운 마음뿐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 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절망 속에 살았던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이젠 괜찮다. 1년이란 시간을 고통 속에 보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남은 몇십 년을 더욱 건강하고 자신감 있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아픈 것은 괴롭고 힘든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겐 좋은 일이 된 셈이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했다. 인생에 있어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기 때문에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좋은 일이 나중에는 도리어 안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안 좋은 일이 시간이 지나서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세상만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평소 이 글귀를 자주 되새긴다. 살다보면 이 말대로 맞아 떨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 중 길을 잃으면 계획에 차질이 생겨 짜증나지만 길을 헤매다 생각지도 못한 예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원하는 이성과 잘 되지 않으면 당장은 속상하지만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일이 나중에 좋은 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면 기쁘지만 업무 및 인간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겪어 직장을 그만 두고 삶이 피폐해지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이성과 연애 또는 결혼을 하면 행복하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큰 돈을 벌게 되어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다며 아주 기쁘지만 돈을 잘못 써서 한 사람의 인생이 파탄나기도 한다. 좋다고 생각한 일이 반드시 나중에도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사건의 좋고 나쁨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전복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땐 괴로워만 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려 한다. 지금 이 일이 언제 좋게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부정적인 마음을 떨쳐내려 한다.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불교 경전 <잡아함경>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인간지사 새옹지마이니 눈 앞에 있는 일에 급급해 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지혜와 여유를 가지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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