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샤워 후 머리를 말리기 위해 드라이기를 집어들었다. 몸에는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쏘이며 머리카락 구석구석을 말렸다. 샤워실에서 어떤 아저씨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내 옆에 서서 선풍기를 틀었다. 아저씨는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 거리더니 내 쪽을 힐끔 쳐다봤다. 왜 쳐다보는 건지 싶어 거울을 통해 나도 살짝 쳐다봤다가 다시 머리 말리는 데 집중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주위를 둘러봤다. 아차 싶었다. 내가 내 앞에 있는 드라이기를 두고 옆에 있는 드라이기를 당겨와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사진이 헬스장 탈의실 모습이다. 테이블에는 드라이기가 2개 있다. 보통은 샤워 후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자기 앞에 있는 드라이기를 사용하는 게 당연한데 나는 옆자리에 있는 드라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내 자리에 있는 드라이기를 두고 옆 사람이 써야 할 드라이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던 것이다.
"아, 여기 있습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나는 재빨리 아저씨에게 드라이기를 건넸다. 아저씨 속도 모르고 계속 드라이기를 사용했다면 매너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뻔했다. 한 소리 들었을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알아채고 드라이기를 건네서 다행이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였다. 갑자기 과거의 일들이 생각났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나며 내가 속으로 욕했던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가 상황을 못 알아챘다면 매너 없는 사람으로 찍혔을 수도 있는 건데, 어쩌면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했던 다른 사람들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서 그런 식으로 행동했을 수도 있겠구나.'
공공장소에서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욕할 때가 있었다. 사람이 왜 저렇게 자기밖에 모르냐며 혀를 찼다.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며 못된 눈초리로 꼬나봤다. 눈에 밟히는 언행들이 그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했다.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됐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어제도 퇴근 후에 헬스장에 갔다. 운동을 하고 샤워실에서 씻은 후 탈의실로 나왔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드라이기가 보였다. 집어들어 머리를 말렸다. 거울 속에 나를 봤다. 나에게 물었다.
'평소 나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은 없었을까? 고의든 아니든 상황을 인지했든 못했든 간에 나의 행동이 무례하다고 여긴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