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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Sep 26. 2019

화내는 습관을 고치는 두 가지 방법

화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화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세상은 화로 가득 차있습니다. 화가 나서 사람을 때리고 화가 나서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화는 무서운 존재이지요. 흔히 화를 참으라고 말합니다. 언뜻 보기엔 맞는 말 같지만 그것이 결코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순간은 참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간 터지게 되는 것이 바로 '화'라는 녀석입니다.


'참을 인 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세 번까지 참다가 네 번째에 살인을 저지를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내가 사람을 더 난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화는 참아야 될 문제가 아닙니다. 풀어내야 합니다. 그냥 풀 것이 아니라 제때에 건강하게 풀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화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사춘기의 학생들이 내는 화와 짜증과는 비교가 안 됐습니다. 화 내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죠. 어머니의 말에 의하자면 학생 때 저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탄 뒤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짜증을 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상냥하게 말하기보다는 항상 짜증내는 말투였지요. 친구들 저를 피할 정도였습니다.


화가 많은 저 때문에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많이 피곤해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저였습니다. 화를 많이 내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숨 넘어 갈 것 같은 순간을 많이 겪었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돼서도 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러다가 내가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안 고치고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심 했다고 해서 바로 고쳐지진 않았습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시간도 그만큼 필요했습니다. 책도 읽고 유명 인사들의 강연장도 찾아다니며 삶에 도움되는 좋은 말씀을 새겨 들었습니다. 아는 것을 토대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생각처럼 안 될 때가 더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울면서라도 기어갔습니다. 그 결과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저는 제 자신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유학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친누나는 온순하게 변한 저를 보며 "어떻게 이렇게 변했냐? 완전 딴사람 같네."라고 말할 정도로 저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제가 이만큼이나 바뀔 수 있었는지, 특히 어떤 방법으로 화를 다스릴 수 있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화내는 습관을 고치는 두 가지 방법>


1. 화 내는 순간을 알아차리기

화를 내지 않는 노력을 많이들 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이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화를 내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그만..."


문제는 '나도 모르게'에 있습니다. 자신이 화를 내고 있는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화를 콘트롤 할 수 있겠습니까. 화를 내지 않으려면 우선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의아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되뇌면 됩니다.

'내가 또 화를 냈구나. 다음 번엔 화를 내기 전에 알아차려야지.'


화를 낼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처음엔 잘 안 됩니다. 화를 내고 난 후에야 겨우 알아차리겠지만 연습하다보면 알아차리는 순간이 점점 앞당겨집니다. 화를 내고 나서 한 참 뒤에, 화를 낸 직후에, 화를 내고 있는 중간에, 그러다 나중에는 화를 내려고 하는 그 순간에 화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될 겁니다. 알아차림으로써 마음 속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에 제동이 걸리면 일단 '나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는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배가 많이 고플 때 눈 앞에 치킨이 있으면 이성을 잃고 먹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그 순간에 알아차리기만 해도 이성을 잃은 채 닭다리를 뜯는 경우는 줄어듭니다. 화도 이와 같습니다. 화를 알아차리는 것만 해도 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2. 화를 가만히 들여다보기

화를 알아차렸으면 이제는 그 화를 가라앉혀야 합니다. 화를 가라앉히기에 앞서 화는 먼지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공기 중에 먼지가 날릴 때 있죠? 먼지를 바닥에 가라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지를 가라앉히는 방법은 알아서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두는 것입니다. 먼지를 잠재우려고 빗자루를 휘저을수록 먼지는 더 풀풀 날리기 마련입니다. 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작정 '화 안 내야지' 하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가라앉는 게 아닙니다. 화가 났을 때는 그 감정을 가만히 바라봐야 합니다.


내 감정에 빠져 있으면 '화'라는 불바다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화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똑같은 일도 내가 겪으면 힘들지만 같은 일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보면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쉽게 생각하게 됩니다. 화도 그렇습니다. 화난 감정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화내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실천해본 것 중에서는 이 두 가지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할 방법은 아니지만 화난 감정을 콘트롤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인내와 무작정 화를 내지 말라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치려 하기 이전에 우선 내 안에 있는 '화'와 마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화내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화를 낼 때마다 나 자신에게 벌을 주는 것입니다. 한 스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화를 한 번 낼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자신의 몸을 지지라고 말합니다.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만들면 그 어떤 버릇도 고칠 수 있다는 게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다른 인생 선배들이 말하던 방법과는 전혀 다른 이색적인 방법이라 꽤나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한 방법입니다. 허나 스스로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이런 방법은 제가 해본 적도 없고 설령 실천해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아 화내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에서는 제외했습니다. 혹시라도 이 방법에 흥미가 있으신 분은 실천해보셔도 좋습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는 틀림없으니깐요.^^


물론 어떻게 해도 참을 수 없는 화가 있습니다.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화를 알아차리고 들여다볼 새도 없이 미쳐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화를 내야겠지요. 상대방에게 화를 낼 수도 있고 혼자 있을 때 화내고 욕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도 많으니깐요. 도저히 못 참겠다 싶으면 화내세요. 화내면 속이 후련할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수습해야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허나 그런 것도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상황을 수습하며 '다음엔 화내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배우게 되는 것 아닐까요.


화내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 제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며 변화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자신이 진심으로 화내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위 두 가지 방법을 토대로 한 번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몇 번 해본다고 해서 단숨에 고쳐지진 않겠지만 노력하다보면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타인에게 하는 말이지 나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니깐요. 대신 시간을 길게 두시길 바랍니다. 노력만큼 시간도 필요하답니다. 어쩌면 사람이 바뀌는 데는 노력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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