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의 첫 단추는 내면의 당당함
'우리 회사는 MBTI 성격유형검사 I는 지원 불가입니다’ 커뮤니티를 한 때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다.
당시 극 E였던 나는 조금 안도했다. E성향이 긍정적이라는 뉘앙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51:49로 ‘I’ 성향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기사를 보고 안도했던,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E유형이라는 이유로 자랑스러워했던, 내가 조금 쑥스럽다.
성향이란 것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
아주 어릴 때부터 흥이 많고 열정적이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해'라는 강박으로 행동하는 나르시시스트는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해서 나의 수식어는 분위기메이커, 추진력갑이었다.
그래서 주변이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만 맺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확률 상 100의 10 프로면 10이고 10의 10 프로는 1이다. 1명은 나에게 타격을 주지 않지만 10명은 나에게 쓰나미와 같은 타격을 준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유치원이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의 결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렸다. 독서와 글쓰기는 나의 내면을 채웠고, 요가는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유지하게 했다.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좋아졌고 조용히 사색하며 보내는 시간들의 소중함을 한 번 느끼게 되니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이미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편해졌다.
내가 좋은 사람이고 상대방도 좋은 사람이라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로는 분명 알아볼 것이다.
그런 느긋한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하다보면 서둘러서 낯선 사람과 친해질 필요가 없고, 당장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내 마음이 편해지니 상대와의 관계에 목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오늘 하루 보아 서로의 진면목을 느끼지 못할지언정 '나는 좋은 사람이니 그대가 좋은 사람이라면 나와 끝까지 인연이 될 것'이란 나의 내면의 당당함은 인간관계에 여유라는 숨을 불어넣는다.
여유는 모든 곳에서 단숨에 문제를 해결해 준다. 급하게 정신없이 하다 보면 놓치는 것들, 지나고 보니 놓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원씽이었음을 알고는 후회와 자책으로 보내는 시간들, 이 모두는 여유가 조금만 있었다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것들이다.
이렇게 관계에서 숨 쉴 곳을 찾은 나는,
전보다 힘을 빼고 잘 보이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이 작은 변화는 여유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이 한 발짝 다가 올 공간까지 만들어 낸다.
메타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내가 이해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흐렸던 눈이 선명해지는 이 느낌은 나의 모든 행동 판단에 무적의 내면을 선물한다.
충분히 메타인지를 거친 사건은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미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이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나의 통제를 벗어난 일이고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 있게 된다.
MBTI를 검사할 때 그때의 과업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E인지 I인지 오락가락하는, MBTI 유형을 구별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나의 에너지가 바깥으로 향하는지, 안으로 향하는지를 인식하고 혹시 바깥으로 너무 많이 향해 있다면 핸들을 돌려 안으로 향하도록 시도해 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안아주고 위로해 주어
-달라이 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