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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각티슈가 뭐라고

당신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인색한가요?

by 정태인

비염이라는 불청객은 내 어린 시절부터 나를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콧물을 달고 살았고,

주머니에서 꺼낸 두루마리 휴지로 코를 풀어대는 모습에

친구들에게 "더럽다"는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우리 집은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요즘이야 흔한 각티슈지만, 그 시절 우리 집에는 이 작은 사치품이 없었다.

나는 항상 집에서 쓰는 두루마리 휴지를 돌돌 말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콧물이 나올 때면 휴지를 두세 칸 뜯어 코를 풀곤 했는데,

그 거친 휴지 때문에 코 주변은 항상 헐고 벗겨져 따가웠다.

그럴 때마다 연고를 발라가며 견뎌야 했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 언제나 각티슈가 있었다.

그 부드러운 휴지는 내게 형편이 좋은 사람들만 쓰는 사치품처럼 느껴졌다.

얼마 뽑지 않아도 금방 사라지고 가격은 비싼...


그래도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면 몰래 각티슈 몇 장을 뽑아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코를 풀 때 사용하곤 했다.

부드러워서 코가 헐지 않아 좋았다.


친구들은 내가 주머니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꺼내 뜯어

코를 푸는 모습을 보고 더럽다고 놀렸다.

결국 화장실에서 몰래 하게 되었고, 그런 기억은 마음 한 구석에 상처로 남았다.


성인이 되고 돈을 벌게 되었을 때도

나는 똑같이 두루마리 휴지를 돌돌 말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음에도 각티슈를 사는 것이

여전히 '낭비'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사은품 행사로 각티슈를 여러 개 얻게 되었고, 집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쓰다 보니 정말 좋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데는 돈을 잘 쓸 정도로 벌고 있는데,

왜 나에게 주는 이 작은 사치를 외면하고 살았던 걸까?

그깟 각티슈가 뭐라고..."


몸은 어른이 되고 경제력도 갖췄지만,

나 자신을 돌보지 않는 마음은 아직 어린 시절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휴대용 티슈와 각티슈를 사용하지만,

아직도 어색하게 티슈 두 장을 뜯어 코를 풀 때면

왠지 모를 아까운 마음이 한구석에서 올라온다.


해마다 비염의 계절이 오면 티슈를 보며

아직도 이런 마음이 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길 바라며 오늘도 중얼거린다.


"그깟 각티슈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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