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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Aug 17. 2019

조국은 트럼프인가

#기자는 이렇게 살고 또 이렇게 취재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페이스북]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그리고 지금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핫한 인물입니다.


구글에 '조국 후보자'라 검색하면 17일 오후 기준으로 550만개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키워드를 '조국 수석''조국 교수'로 바꿔도 수백만개의 기사가 나타납니다. 어느 정부에서건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렇게 큰 관심을 끈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른바 '조국 현상'이라 부를만 합니다.


이런 조국 후보자를 보도하는 언론을 보며  트럼프가 떠오릅니다. "트럼프는 보수 조국은 진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저에게 두 사람은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도 많은 인물이라 느껴집니다. 하나씩 따져볼까요.


조국과 트럼프의 공통점


우선 두 인물은 언론 보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들의 모든 발언과 행동, 심지어 출근길에 들고 나온 컵 조차도 이슈가 됩니다. 두 사람은 SNS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에 가장 논쟁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조국과 트럼프에 관한 기사에는 높은 클릭수와 시청률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지금 한국 언론 시장에선 아무리 평범한 내용의 기사라도 제목에 '조국'만 들어가면 수십개의 댓글과 수만번의 클릭이 보장됩니다. 트럼프 역시 마찬가지였죠. 또한 두 사람은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장 논쟁적이고 분열적인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양국의 기자들은 "아 정말 이런 것까지 써야해?"라며 두 사람에 대한 기사를 꾸역꾸역 씁니다. 그렇다보니 트럼프와 조국은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대중에게 인지된 유력한 정치인이자 행정가로 커나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재선 가능성이 유력한 미국의 현직 대통령입니다. 조 후보자 역시 본인의 출마 의사와 상관없이 여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힙니다.

트럼프는 모든 미국 언론과 '독점 인터뷰(Exclusive Interview)'를 한다. [NBC캡쳐]

트럼프. 언론 덕택에 20억달러 '공짜 광고' 효과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언론을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으로 불립니다. 매번 자신에 대한 신문과 방송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거칠게 비난하죠. 하지만 포브스는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와 미국 언론이 함께 승리했다"고 평가합니다. 트럼프는 미국 언론의 압도적인 보도 덕에 당선됐고 언론은 트럼프 덕택에 역대 최고의 시청률과 광고 수입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미투로 사임한 미국 CBS 회장 레스 문배스는 2016년 2월 모건 스탠리 컨퍼런스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해 "미국엔 좋지 않을 수 있어도 CBS에겐 정말 좋은 사람(It may not be good for Amercica, but it's damn good for CBS)"이라 평가합니다. 트럼프 캠페인을 서커스''폭탄 던지기'라 표현하면서도 "(방송사에) 엄청난 돈이 들어오고 있고 이런 경우는 본적도 없다. 정말 이런 말은 하면 안되지만 트럼프는 계속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6년 미국 케이블 방송사의 매출은 2015년에 비해 약 15%, 그 전 대선인 2012년에 비해 25%가 올랐고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은 4%, 황금시간대 시청자수 역시 CNN, FOX NEWS, MSNBC의 경우 55%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언론 트럼프 당선의 '공범'이라 비판받아

문배스 회장의 발언이 지금 듣기엔 황당하지만 그때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가 당선되니 진보 진영에선 미국 언론 대부분을 트럼프 당선의 공범이라 비판합니다.


NYT나 WP처럼 트럼프를 검증한 언론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만으론 트럼프가 생산해내는 뉴스사이클을 뒤집기 버거운 것이 현실입니다.


2016년 3월 NYT는 당시 대선 후보의 모든 보도를 추적하는 데이터 회사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가 다른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비해 많게는 수백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비해선 2~3배 이상 보도되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그가 얻은 공짜 광고 효과가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죠.


트럼프는 언론 덕택에 다른 공화당 대통령 후보나 힐러리에 비해 광고비 지출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가 된 것입니다.


트럼프만큼 주목받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저는 미국 언론이 트럼프를 취재하는 방식과 한국 언론이 조국 후보자를 보도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법무부를 담당하는 법조팀 기자로 조 후보자가 법무부로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주말에 그가 쓴 저서 6권을 모두 구매했습니다.


장관 후보자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선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가 썼던 글과 발언이 모두 뉴스가 된다고 생각했기에 더 꼼꼼히 찾아 읽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조 후보자에 관한 기사를 썼고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도 조 후보자에 관해 쓸 때마다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으니 새로운 내용을 발굴하려 애씁니다. 기자는 쓰고싶지 않아도 타사에서 조 후보자에 관한 기사를 쓴다면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뉴스 싸이클이니까요.


조국 대선후보 여론조사서 박원순과 0.5%포인트 차


그렇게 조 후보자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MBC는 지난 13~14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자가 대선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처음입니다.


여기서 조 후보자는 4.4%의 지지율을 받았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17.6%)와 비교하면 차이가 나지만 3.9%를 받은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제쳤고 박원순 시장(4.9%)과의 차이도 0.5%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정치권에 출마 권유를 수차례 고사했던 조 후보자의 경쟁력이 이미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먹는다는 뜻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조국, 언론이 키워낸 또 하나의 정치인이 될까


조 후보자의 페이스북 글마저 여야의 정치 공방 소재가 되는 상황에서, 어찌됐건 그 뉴스의 주인공은 조국입니다. 조 후보자를 중심으로 국회와 여야가 움직이고 언론이 따라가니 조 후보자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져갑니다.


전 여기서 2016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 언론을 떠올립니다. 모든 뉴스 사이클에서 다른 후보를 압도했던 트럼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지금 언론은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검증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살아남는다면, 조 후보자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언론이 키워낸 유력한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미국의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조 후보자는 현재 한국 언론 시장에 가장 핫한 뉴스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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