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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May 07. 2023

(급)급매는 어디에나 있다?

#내집을찾고있습니다

Unsplash의Justin Limr
ep.1) 저에게 "자식 같다. 지금이 바닥이니 무조건 사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공인중개사 사장님(들) 후기 (feat, 정말 자식 맞나요?)

저는 그 귀하디 귀하다는 '급매'를 매주 만나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주말마다 부동산 임장을 가는데, 만나 뵙는 공인중개사 사장님마다 나름의 '(급)급매'를 갖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겠다는 의지를 사알짝 내비치면, "이게 급매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저에게 매물을 보여주십니다. "여기 사시면, 저랑 매일 마주치실 텐데, 후회 안 하십니다"는 자신감부터 "자식 같으니, 꼭 집을 구해주고 싶다"는 고마운 말씀까지, 저는 급매를 자주 만나는 운 좋은 예비 매수자일까요?


우선 '급매'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매수자의 입장과, 공인중개사 사장님의 입장, 매도자의 입장 간의 가장 간격이 넓은 단어가 저는 이 '급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공인중개사 사장님의 '급매' 기준은 현재 공인중개사 내부망에 올라온 매물 중 가장 싼 물건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분당의 한 지역 호가가 국평 기준 15~16억 사이에 형성된 상황에서 13억대에 나온 매물은 종종 급매란 호칭을 부여받습니다. 그 '13억'이 정말 시장 거래 가격보다 싸게 나온 매물인지, 아니면 호가에 거품이 껴있어 '급매'처럼 보이는 '일반 매물'에 불과한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 제가 지난 4월 한 공인중개사 사장님과 나눈 대화입니다.

A:"(급)급매 잡으셔야 합니다. 이 가격이면 무조건 잡아야죠. 이거 곧 나갑니다."

B:"좀 무리인 것 같아서요"

A:"여기 사시면, 저 자주 보실 텐데,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자식 같아서 그래요."

B:"혹시 떨어지면 어떡하죠."

A:"조금은 떨어질 수 있어도 금방 치고 올라갑니다. 여기가 이 동네 대표선수 아닙니까."


성격이 급한 저는, 같이 간 아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아씨, 사야겠다. 큰일 났네(돈도 없는데)." 약 1시간가량 동네를 둘러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보다 성격이 차분한 아내는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집으로 오면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출근 준비를 하고 일상에 치이며 '급매'를 잊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문득 급매의 기억이 떠오르고, 불안이 스멸스멸 올라오는 순간,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서 저의 부모님을 자청한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그 '(급)급매' 매물을 찾아봅니다. 어라?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팔린 경우도 있었지만, 4월 말~5월 초 시장을 기준으로 제가 소개받은 급매는 여전히 매물로 나와있습니다. 따져보니 누구나 탐내하는 (급)급매는 아니었던 것이죠.  ( 그래서 지금 시장은 여전히 소강상태라 생각이 듭니다.)


또한 막상 '급매'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1) 집상태가 좋지 않거나(인테리어 비용 상승, 낮은 전세가격) 2) 그 동네의 선호하는 아파트 '동 호수'가 아니거나 3) 세입자가 살고있고, 당장 집을 비워주기 어려운 경우 등 여러 변수도 존재했습니다. 금융 비용과 집수리 비용 등을 따져보면 결과적으론 시장 호가에 비해 싼 물건이지만, 아주 싼 물건은 아니었던 것이죠. 하지만 부동산 사장님의 "싸다""무조건 사야 한다"는 말씀은 이런 '조건'을 잊게 할 만큼 강력합니다.


놓치면 인생에 큰 불행이 닥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안됩니다. 정말 그 동네의 '고수'가 아니라면, 함부로 급매를 잡으셔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호구될 가능성 분명 있습니다. 급매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같이 성격 급하신 분들)


그럼 매수자의 입장에서 급매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실 객관적 기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락장을 예상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18년도대 가격이 적정가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물으면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드는 분이 많진 않습니다. 18년도 가격이 저 같은 월급쟁이에게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반대로 상승장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바로 지금이 바닥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의 살고 싶은 아파트를 정해놓고 스스로 '급매'의 기준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서울 a지역 b아파트 c평형대가 0억 원 0천만 원 기준으로 나오면 보지도 않고 잡는다.' 정도의 기준 말입니다. 그런 경우 최소 1~2달 정도 같은 지역을 계속 둘러보고 여러 공인중개사 사장님과 매매, 전세, 월세 매물을 갖고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그러면 조금 보이고, 속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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