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캔 감자
올봄 동생이 조그만 텃밭을 시작했다.
그냥 한두 가지 심은 줄 알았는데
어느새 고구마, 상추, 토마토, 감자까지…
그 좁은 땅에 뭘 그리 많이도 심었는지.
감자는 사실 기대 안 했던 작물이었다.
제일 구석에 심겨서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땅을 조금씩 파보니
진짜로 감자가 나왔다.
작고 울퉁불퉁했지만
제법 감자 같았다.
쪘다.
그릇에 담고 하나 집어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익숙한 그 감자 맛.
우리 밭에서 나온 걸 그냥 쪘을 뿐인데
정말 감자 맛이 나다니,
이렇게 맛있을 일이인가 싶었다.
엄마는 감자를 보더니
열무김치 얘기를 꺼냈다.
"이건 열무랑 먹어야지."
감자 몇 알로 식탁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다음번엔 좀 더 욕심내서
감자 자리를 넓혀볼까 생각 중이다.
모양은 엉성해도
맛은 분명 감자였다.
우리 밭에서 캔, 진짜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