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2일 (수요일), 흐림
1. 최근 5년 만에 처음으로 노래방엘 갔다.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 들른 딸아이와 함께. 그날 저녁을 먹고 난 딸이 갑자기 “아빠, 노래방에 갈래?”하고 묻는데 나는 노래방을 가본 지가 오래되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다 큰 딸이 아빠랑 놀아준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기까지 했다! 놓칠세라 나는 딸의 제안을 덥석 물었고 우리는 동네 노래방에서 두 시간을 함께 열창했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나의 특별한 데이트를 자랑했더니 다들 딸이 착하다며 한 마디씩 한다. 아빠랑 그렇게 놀아주는 딸이 흔치 않다고. 음핫핫하!!! :-)
2. 생각해 보니 최근에 딸아이와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회식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보통 직원들과 회식을 하러 가면 나는 으레 1차만 같이하고 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했던 것이다. 직원들끼리 편하게 즐기라고 배려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은 나도 2차, 3차도 가고 싶고 노래방도 가고 싶다고도 했다. 착한 딸은 아마 그런 아빠가 안쓰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3. 최근 경영자들의 공부모임에 나갔다가 친해진 대표님들이 있다. 다들 업종은 다르지만 회사에서 겪는 고충은 대동소이한지라 통하는 점이 많았다. 회사 내에서는 고민을 나눌 상대가 딱히 없다는 점도 비슷했지만, 직원들과 노래방에 가 본 적이 없다는 것도 비슷했다. 순간 눈빛이 ‘찌릿!’ 하고 통했다. 우리는 의기투합해서 함께 노래방으로 향했다.
4. 비슷한 또래의 중년 아저씨 넷이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제꼈다. 해맑게 웃는 입이 귀밑에 걸린 채로 정체 모를 춤을 덩실덩실 추며 어깨동무를 했다. 노래 부르면서 찍었던 사진을 보니 그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마지막 곡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Bravo, My Life)“를 떼창하고 나서 내친김에 우리끼리 4인조 그룹을 결성하자고 했다. 팀이름은 ’쥐포‘. 쥐포구이같이 생겨서 쥐포가 아니고 'Great Four (위대한 4인방)‘을 줄인 ’쥐포(G4)‘다. 웃긴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