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1일 (금요일), 맑음
1. 고열과 근육통, 그리고 기침. 영락없는 코로나 증세다. 지난번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 꼬박 일주일을 고생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각오하고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웬걸. 의사는 나를 문진 하더니 코로나일리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코로나 검사조차 안 해준다.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튿날 오후가 되자 몸상태가 거짓말처럼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마치 코로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내 몸이 그 생각에 맞춰 반응하는 듯했다. 위약효과(placebo effect)인가?
2. 위약(가짜약) 효과는 엉터리 미신이 아니다. 엄연히 증거로 입증된 과학적 현상이다. 사회과학분야에도 비슷한 이론이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라고도 불리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그것이다.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높을수록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형태의 긍정심리학에서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며 이를 장려한다.
3. 하지만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Hope is not a strategy)"라는 유명한 말도 있듯이 모든 일을 낙관적인 사고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에 따르면 전쟁포로들 중에 낙관적이고 곧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던 이들은 일찍 다 죽은 반면 언제 풀려날지 알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그 순간을 버텼던 이들은 살아남았다고 하지 않는가.
4. 약의 힘 덕분인지, 아니면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때문이었는지 어쨌거나 예상보다 빨리 회사에 복귀하고 나니 ‘세상만사가 긍정적인 마음만으로 다 잘 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슴 한구석에서 나도 모르게 ’좋아져라, 좋아져라, 다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 ‘라며 희망회로를 열심히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차가운 머리는 어느새 본능적으로 ‘상황이 나빠지면 무엇을 해야 할까’ 열심히 계산기를 굴리고 있다. “Hope for the best, but prepare for the worst.”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되, 준비는 늘 철저히 해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