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태진 Jul 10. 2023

언택트(untact) 시대: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23년 7월 10일 (월요일), 장맛비

1. 외부일정 때문에 이동해야 하는 시간에 참석할 회의가 하나 있었다. 다행히 코로나 이후 회사 내의 모든 회의에 대면 및 비대면 참석이 가능하게끔 세팅해 두었다. 나는 운전하면서 간편하게 전화로 회의에 접속했다. 그런데 전화 너머로 들리는 회의 분위기가 사뭇 살벌(?)하다. 다들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고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는 듯했다. 살짝 걱정이 되어 나중에 회사로 복귀한 후 현장에서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 한 분을 호출했다. 나의 염려를 설명했더니 회의 중에 특정 주제에 관한 많은 질문이 오갔던 것은 맞지만 현장의 실제 분위기는 전혀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2. 코로나 팬데믹 국면이 끝나면서 원격근무를 광범위하게 실시하던 기업들이 근무형태를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릴 것인지 여부를 놓고서 많은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회사들도 점차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고 있고,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 같은 이들은 원격근무의 효용성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도 한다. 원격근무가 주는 장점들이 분명히 많이 있다. 다만 얼굴을 직접 보고 대화해야만 알 수 있거나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듯하다.


3.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다면 전화로만 가끔씩 안부를 묻는 것은 결코 충분치 않다.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지, 걸음걸이나 행동에 이상한 점은 없는지, 몸에 별다른 변화는 없는지, 집안에 수리가 필요한 곳이나 고장 난 물건은 없는지 등등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소위 ‘롱디(장거리연애)’가 힘든 것처럼 사람은 원격으로만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든 법이다. 물론 전화도 자주 하면 좋지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책임하다.


4. 언택트(untact) 시대다. 이제는 원격으로 얼굴도 보고 회의도 하고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출장을 가서 사람들이랑 악수하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한 번이라도 더 눈도장을 찍는 이유는 사람은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비즈니스 상대라면 신뢰가 더 생기고, 가족이나 친구라면 정(情)도 더 들기 때문이다. 명작 판타지 멜로영화의 제목처럼... “지금 만나러 갑(시)다.”

이전 12화 ‘기쁜 우리 젊은 날’과 우리의 미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