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주의 업무를 준비하며 바쁜 월요일 아침이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나이가 드실수록 온갖 사소한 일에도 나를 찾으시는 어머니다. 잠시 후면 A팀장이 보고할 것이 있다며 들어오기로 한 시간인데, 통화가 연결된 어머니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으실 기세다.
잠시 후 사무실로 들어오려는 A팀장에게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손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서둘러 통화를 끝낸 후 비로소 A팀장이 들어왔다. 보고를 위해 바리바리 챙겨 온 서류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는 A. 그의 입에서 뜻밖의 질문이 나왔다.
“요즘 어머니는 어떠세요?”
살짝 놀랬다. ’혹시 내 얘기가 밖에서도 들렸나?‘ 입사 후로 나와 자주 마주칠 기회가 없어서 아직 다소 서먹한 그였다. 예전에 그와 커피챗을 하면서 그의 부모님 댁이 우리 어머니의 고향과 같은 동네라고 얘기했던 기억은 나지만 그 뒤로 딱히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마주칠 기회조차 잘 없었다.
나는 웃으며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의 전화였는데 그것 때문에 조금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소한 일에도 자주 전화를 하신다고 농담처럼 푸념을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A팀장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지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A는 사실 자기도 오늘 아침에 부모님 관련된 일 때문에 마음이 좀 심란했던 터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잠시 서류와 업무에 대해서는 잊은 채 각자의 가족에 얽힌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시며 겪는 건강상의 문제들 뿐만 아니라 그와 더불어서 오는 여러 가지 감정적인 힘듦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머, 대표님 말씀하시는 게 꼭 제 얘기 같아요.“
A팀장은 나도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약간의 위안을 얻은 듯해 보였다. 사실 그 느낌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부모님을 잘 돌보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의 감정 건강도 잘 살펴야 한다는 조언을 주고받은 다음 그제야 업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A팀장과의 ‘스몰토크(small talk)’는 우리가 직장에서 “일로 만난 사이”이긴 하지만, 회사의 명찰이나 두꺼운 결재서류에 가려진 이면에는 결국 다들 비슷한 고민과 감정,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것을 늘 기억한다면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과 지지고 볶으며 꼬이고 힘든 관계도 조금은 더 쉽게 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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