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태진 Sep 10. 2023

요즘 “어른”은 다 어디로 갔나


“최근에 XX사와 OO사 출신의 지원자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경영지원팀장이 현재 진행 중인 채용 건에 대해 보고하러 왔다가 최근 들어 몇몇 특정 회사들로부터의 지원자가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요즘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 인위적으로 인원을 줄이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아마 그 여파인 모양이었다. 사람을 채용하는 입장에서야 지원자가 많다는 것이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구직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현실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뉴스에 따르면 근래에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도 직원들을 줄줄이 대량 해고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세(?)를 탔던 것은 아마 트위터일 것이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가 2022년 10월에 인수하고 나서 전체 직원의 약 80%를 해고했다고 한다. 무려 “80%”라는 그 숫자도 엄청나지만 해고하는 과정이나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비난도 끊이질 않았다. 수많은 직원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해고당일에 단지 개인 이메일 한통으로 해고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퇴직위로금이나 의료보험 등도 없는 상태에서 즉시 사무실에서 쫓겨나는 상황들이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참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이전 직장에서 내 손으로 구조조정을 실행해 보기도 했고, 또 반대로 구조조정을 당해 보기도 했었다. 둘 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입장일 때는 떠나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가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책들을 고심해서 마련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을 내 손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회의감이 드는 일이었고 그러한 부담감 때문에 오래도록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불편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무거운 마음도 막상 내가 구조조정을 당하는 입장일 때 받는 충격에는 결코 비할 바가 못되었다. 열정을 바쳐 열심히 일하고 그 결과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고 자부했었는데, 그것과는 무관하게 “경영상의 이유”로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참담한 기분이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내 자신감과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앞으로 어떻게 부양할 것인지에 대한 무거운 걱정이 가슴을 짓누르는 바람에 한동안 공황장애가 오기까지 했었다.




사람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던 일부 CEO들이 최근에는 또 다른 뉴스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바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메타(구.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다.


(Photo credit: TMZ Sports)

원래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던 중 최근에 일론 머스크가 마크 저커버그에게 “한판 붙자(I'm up for a cage match)”라고 도발했고, 여기에 주짓수 유단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좋다. 어디서 붙을래?(Send me location)”라고 받아치면서 사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이 라스베가스(Las Vegas)에서 싸울 것‘이라는 둥,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붙자’는 둥 온갖 유치한 설전과 소문이 이어졌고, 이것은 호사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희화화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또 어쩌면 가장 똑똑하고 영향력 있는,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초등학생 말장난 같은 해괴한 말과 행동을 해대는 것이 나는 재미있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우리에게 헛웃음을 주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가장 냉철하고 합리적일 것 같은 글로벌 회사의 CEO들마저 이렇게 유치 찬란해질 줄이야...  현대 사회에는 도대체 ‘제대로 된 사회지도층’ 혹은 ’본받고 싶은 어른‘은 왜 이렇게 갈수록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인지 한숨이 나온다.


아, 그래서일까? 최근에 넷플릭스를 통해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김장하 선생에 대해 여기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하기에는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혹시 궁금하신 분은 그냥 한번 보시라고 강추하고 싶다.


“어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소위 ‘사회지도층’에 계신 분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https://brunch.co.kr/@taejin-ham/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