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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Oct 29. 2023

조직에서 “STAR”가 되고 싶다면


“어머, 대표님. 저걸 다 모아두셨네요.”


A 팀장이  말했다. 내 사무실 한편에 주렁주렁 걸려있는 각종 이름표 목걸이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나: (멋쩍은 듯) ㅎㅎ 좀 지저분하죠?
A팀장: 아녜요. 이름표 하나하나 볼 때마다 다녀오셨던 행사들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은데요?
나: 그렇긴 한데 이젠 너무 많아져서 좀 버려야 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A팀장: 그러세요? 사실 저도 뭐 버리는 걸 참 못해요. 특히 일기장처럼 추억이 깃든 물건들은 더 그렇더라고요.
나: (반가움과 놀라움이 섞인 표정으로) 팀장님도 일기 쓰세요? 언제부터 썼어요? 요즘도 쓰고?


보고를 위해 찾아온 A팀장과 나는 갑자기 일기 쓰는 습관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A팀장도 나처럼 나름 오래전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한다. 자신의 일기장들이 부모님 댁 어딘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천덕꾸러기처럼 방치되어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그에게 내가

말했다.

”나는 내 옛날 일기장들을 몽땅 스캔해서 pdf 파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파일들을 연도별로 정리한 다음 클라우드에 올려놓아서,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만 있으면 원하는 일기를 꺼내볼 수가 있어요.“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의 일기 쓰는 습관과 이런저런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요즘은 A팀장처럼 일기를 쓴다거나 글 쓰는 취미가 있다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무슨 동호회 회원이라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남기는 데 별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직장인이라면 잘 기록해 두는 습관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특히 한 해의 마감을 슬슬 준비해야 하는 4분기에 접어들 때면 더더욱 그러하다. 성과평가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이나 조직에서는 연말이면 한해의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그런데 만일 연초부터 제대로 된 기록을 남겨놓지 않았다면 그 해 전체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평가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연초에 히트를 쳤던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연말에 반짝 흥행했던 작품이 각종 연기대상이나 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사람들은 최근에 일어났던 일에 좀 더 높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이를 ‘최신편향(Recency bias)’이라 하는데, 성과평가에서 이러한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록하기‘이다.


나는 이에 대한 중요성을 미국에서 일할 당시의 상사였던 R에게서 처음 제대로 배웠었다. 그는 연초에 나에게 “앞으로 1년 동안 STAR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해두라“고 지시했었다. 그가 말한 “STAR”란 내가 '어떤 상황에서 (Situation),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고 (Task), 어떤 행동을 통해 (Action), 어떤 결과를 성취했는지 (Result)'를 기록을 통해 남겨두는 것이었다.


더불어서 그는 나의 "STAR"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도 가급적 하나의 파일 안에 모아두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만일 상급자나 주변 동료들에게 받은 감사나 축하의 메일 같은 것들이 있다면 그런 것도 별도로 출력해서 함께 모아두라는 것이었다.


R의 조언 덕분에 나는 그와 함께 일하는 동안 좋은 고과를 받을 수 있었고 이것은 이후에 내가 경력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중요한 특징들 중 하나는 바로 인간이 ‘기록하는 존재’라는 점이라고 한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기원전 3400년 무렵, 인류가 최초로 창안한 문자라는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기록의 중요성‘이 좀 더 직접 와닿는 느낌이다.


집에서건 회사에서건 잘 기록하는 습관은 성장의 좋은 도구이자 경쟁력이다.



https://brunch.co.kr/@taejin-ham/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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