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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Sep 07. 2023

인재를 보는 안목과 기준 - 인공지능 vs. 아저씨


최근에 '인공지능 시대의 경영과 HR의 역할'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행사에 초대받았다. 프로그램 설명을 보면서 두 가지 이유에서 호기심이 생겨서 참석하기로 했다. 우선 AI를 인사 업무 전반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유명 대기업의 전직 대표가 연자 중 한 명으로 나선다기에 그분의 강연을 직접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행사는 큰 호텔의 회의장을 가득 메운 채 4시간에 걸쳐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나는 많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나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인재'란 도대체 무엇일까?"




1. 인재는 “보통”의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한 사람?


내가 잔뜩 기대했던 연자분은 '인재를 보는 안목과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나 ’겸손과 배려‘ 등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했고, 나는 듣는 내내 그분이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 가지 대목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연자는 경험적으로 볼 때 “보통”의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과연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보통"이면서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제일 찾기 어려운 것이 "보통"의 삶이나 "평범한" 삶인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연자의 말대로라면 그 많은 ‘흙수저’ 출신들의 상당수는 애당초 기회조차 받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강연이 끝나고 나서 현장 질문을 딱 2명만 받겠다고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사장님, 강연 감명 깊게 잘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나는 연자의 생각을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길 바라며 최대한 공손하게 내 의견을 표명했다. 연자는 나의 질문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사생아로 태어났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나 <Only The Paranoid Survive (또라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책으로 유명한 Intel의 전설적인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 등을 언급하며 ’정상적이고 보통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만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 인재를 선별하는 최고의 방법은 인공지능?


연단에 나선 또 다른 연사는 최근의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며, 전통적인 인재 채용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지적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요.“
”여러분이 기존에 사용하던 인재채용 방식은 진짜 인재를 선별하는데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학벌과 일 잘하는 것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자격증이나 학점, 인적성검사 등도 후보자의 실제 역량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연자가 쏟아내는 파격적인 주장과 자료들에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그래서 결론은? 첨단 알고리즘이 뒷받침된 게임 형식의 테스트를 사용하여 지원자의 적극성, 성실성, 사회성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쓸 필요도, 면접을 볼 필요도 없고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몇 가지 게임을 하고, 카메라 앞에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나머지는 AI가 다 해준다. 회사는 인공지능이 후보자의 등급을 A, B, C로 매기고 추천여부를 알려주면 그에 따라 채용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많은 대기업에서 이런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선별하고 채용한 사람들은 실제 업무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도 했다. 이는 이미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인재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인재는 보물찾기 하듯 찾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키울 수도 있다. 물론 키우기 위해서도 성장을 위한 자질을 타고났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소위 “Nature(타고나는 것)” vs. "Nurture(키워지는 것)“ 같은 문제다.


인재를 가려서 뽑겠다고 집안배경 따지고, 인공지능에게 평가를 맡기고 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확률적으로 더 맞는 것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가’라고 묻는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문득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 나왔던 아저씨가 떠오른다. 불우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약자를 보듬어주고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던 주인공 아저씨. (이 드라마 아직 안 보신 분 있다면 강추합니다.)


AI가 점점 우리 생활의 구석구석에 스며드는 이 시대에 어쩌면 우리에게 더욱 더 필요한 것은 그런 '아저씨'의 정신은 아닐까. 우리 주변의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숨겨진 특별함을 발견하려는 노력’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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