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봐야 더 간절하다

이 별에 필요한

by 윤태진

첫사랑과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이별을 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고 생각해 보니 결혼을 하고도 이별은 할 수 있으니, 첫사랑과도 이별할 수 있다는 다소 차가운 현실을 깨닫는다. 이별은 그만큼이나 흔하고 흔하다.


나 역시 몇 번의 이별을 겪었다. 어떤 것은 아팠고, 어떤 것은 더 깊이 아팠던 적도 있다. 또 누군가를 아프게 했을 수도 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모두 나의 잘못이다. 돌이켜보니 그렇다. 그땐 몰랐지만 나의 철없음과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었다. 사랑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까지 한다는데, 난 사랑한 줄 알았지만 사랑하지 않았던 거다. 내가 더 좋았고 나의 욕망이 먼저였다. 그렇게 별별 이유로, 돌이켜보니 부끄럽게 헤어졌다.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속에 나오는 두 남녀 난영과 제이의 사랑은 이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의 꿈을 위해 이별을 견뎌야 하는 상황. 둘 모두 서로를 간절하게 사랑하지만 그중 한 명은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자아성취였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을 만큼 이뤄내고 싶은 꿈 앞에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뿐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이별을 고하는 쪽도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쪽도 아픈 건 마찬가지다. 굳이 아픈 정도를 따진다면, 역시 사랑하기에 보내줘야 하는 쪽이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머나먼 우주, 화성으로 연인을 보내야 한다니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인가. 하늘의 별을 보며 너를 그리워한다는 말이 이렇게나 맞아떨어지기도 힘들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란 장르가 얼마나 자유롭고 화려하게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는지 작정하듯 보여준다. 자유로운 상상이 애니메이션과 만나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멋지게 연출될 수 있는지를 한껏 자랑한, 말 그대로 눈이 즐거운 영화였다. 더구나 화성으로 떠난 애인을 그리워하는 지구의 남자라는 설정이라니, 장거리 연애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창의성이 아닐 수 없다.



보통의 장거리 연애는 이 둘에게 비하면 장거리도 아니다. 그저 감사해야 한다. 이들에겐 문자 한 통 보내는 것조차 기다림의 연속이다. 사실 보통의 장거리 연애는 그 물리적 거리감이, 결국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가 되어 자의든 타의든 헤어지게 되는 게 보통이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말이다. 하지만 난영과 제이는 보란 듯이 더 뜨거운 사랑을 불태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 이들의 사랑에도 위기가 닥치고 만다. 화성 탐사를 하던 난영이 급작스럽게 나빠진 날씨와 작업 중 사고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서로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제이는 불길함을 직감하고 난영의 소식을 찾아 나서고, 난영은 삶의 불꽃이 꺼져가는 순간 제이를 떠올린다. 죽음을 앞둔 순간 간절히 바란 것은 제이였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슬픔이었다.


꼭 극단의 상황에 처해야 비로소 소중한 것을 찾는다. 어리석다 생각될 수 있지만 뭐 원래 인간이란 동물이 그렇다. 어쩌면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하기에 불가피하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소홀하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단 한순간도 치열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또 베풀고 살지도 모른다. 그러니 단순히 인간의 소홀함을 탓하는 것도 뭔가 억울하다. 어쨌든 나의 바쁨을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과 작은 실수 정도는 용서해 줄 거라는 신뢰로 소홀한 게 사실이긴 하다.



닥치기 전까진 모른다. 알려고 노력한다고 알아지는 것도 아니다.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물론 몇몇은 이미 눈치채고 정말 소중한 무엇인가를 소중히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해, 일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같이 서로를 사랑할 때도 있지만, 다들 해봐서 알겠지만 그 기간은 매우 짧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요원한 일이다.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나의 모습에 취하는 변태스러움까지 장착한 인간이란 동물은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그래서 이별에 필요한 것은 ‘어리석음’이고 이 별에 필요한 것은 다소 비인간적인, ‘온전한 사랑’이다. 오직 당신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할 필요가 없는 마치 강아지의 ‘조건 없는 사랑’ 같은 사랑 말이다. 적고 보니 이런, 씁쓸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의 감동을 전하려 적기 시작한 글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영화 같은 사랑이 없다는 현실이 아쉬워, 그런 사랑이 그리워 떠든 하소연이었나 보다. 여하튼 영화는 감동적이었다. 그렇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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