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진 Nov 01. 2019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집값이 오르고 주식이 오르고 로또에 당첨되고, 노력에 비해 큰돈을 벌고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고들 말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운이 좋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혹자는 운이 찾아오는 순서의 차이일 뿐 모두에게 비슷한 운이 찾아간다고 하지만 억지스러운 자기 위안일 뿐이다. 기다린다고 누구나 로또에 당첨될 수는 없다. 물론 로또 당첨자들 중에 돈을 허투루 써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우리가 보고 싶은 극히 일부의 현실일 뿐, 대부분은 행복하다.


  운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무엇보다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샀는데 배가 아프지 않을 사람이 과연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할까? 없다고 확신한다. 아닌 척 태연한 척 할 수도 있겠지만 왠지 시무룩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보며 나는 왜 그런 운이 없는지 자책하게 된다. 나의 상태는 변함이 없는데, 타인의 기쁨으로 내가 불행해지다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영화 속 행운은 영화 속에만 있다 (영화 '세렌디피티'의 한 장면)


  그럼 이제 나의 운 없음을 그냥 체념할 것인지 혹은 노력으로 극복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운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의 악착같은 성실함으로 주어진 장애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또한 행운이 찾아올 확률만큼 힘든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다른 방법도 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냥 외면하면 된다. 운이 좋은 사람들을 보며 초연할 자신이 없기에 나는 그냥 외면한다. 내 눈에 안 보이면 그만이다.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안 한다. 누군가의 행운을 클릭하지 않으면 되고 보기 싫으면 채널을 돌리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덕분에 지긋지긋한 정치뉴스를 보지 않아 또 좋다.    

  알레르기가 심해서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알레르기를 극복하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은 원인을 피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 진절머리 나는 알레르기를 파괴하고 극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고 괜한 고집으로 알레르기와 맞서 싸우다 콧물만 줄줄 흘렀다.

  중국의 병법에 있는 삼십육계 줄행랑이란 말 역시 비슷한 해법이다. 이길 수 없으면 피하면 된다. 효율로 따지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굳이 자신이 불행을 극복할 필요도 타인의 행복에 자책하고 허탈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뒤돌아 달아나면 된다. 어찌 되었건 살아남으면 되는 거니까. 


  혹자는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겠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쟁 속에서는 살아남는 게 최선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전쟁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속세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때론 박진감 넘치는 게임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며 한 편으로는 늘 기회를 엿본다.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행운을 잡기 위해.



자료사진으로 쓴 영화 <세렌디피티>는 행운의 연속으로 연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는 영화 같은 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정받지 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