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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진 Feb 03. 2020

오늘 아침도 죽을힘을 다해 일어났다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가만히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우선 오늘 할 일들을 떠올려 본다. 그중에 꼭 해야 할 일과 미룰 수 있는 일들을 가려보고 미룰 수 없는 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처리될 일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닫는다. 그럼 이제 불만과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른이니 꾹 참고 일어나야 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성공한 사람들’이 주장하지만 그걸 누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때론 알면서도 못하는 거고, 또 때로는 그냥 하기 싫은 거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오늘 하루 놀고 싶다는 거다. 



  움직일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찬 만원 지하철의 짓눌린 사람들, 사무실에서 모니터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사무실의 일꾼들, 정신없이 졸고 있는 버스 안의 누군가를 보고 있으면 그들의 피로가 내게도 전해진다.

  모두 견디며 살고 있다. 


  남은 휴가가 며칠이지? 아끼고 아껴 모은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며칠 남지 않았다. 어떻게 쓰면 보람 있을지 고민하고 고민했던 휴가들은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느라 썼고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야 할 볼일들로 써버렸다. 

  그러니 난 억울하다.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을 억누르다 보니 잠이 깨고 이런 고민 자체가 귀찮아 몸을 일으킨다. 

나뿐만이 아닌 세상 모든 노동자의, 매일 아침이 이렇게 치열할 것이다. 


  나는 놀면서 살고 싶다. 누군가는 매일 놀면서 사는 것도 힘들다고 하던데 그건 내가 매일 놀아보고 판단하겠다. 난 누구보다 열심히, 보람차게, 지루해하지 않으며 놀 자신이 있으니까. 건물주가 되어야겠다. 방법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건물주가 되어 '불로소득'으로 산다면 분명 행복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고 그러고 싶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미친 듯이 출근 준비를 하고 또 오늘도 뛰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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