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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진 Sep 16. 2020

당신은 후회하는가, 그리워하는가?

카페 벨에포크 - 가능하다면, 애틋한 그리움만 있길 바란다

  꼴에 소설을 쓰겠다고 한동안 글을 끼적였다. 하지만 좀처럼 끝날 것 같지가 않아, 쓴 건지 만 건지 알 수 없는 글들을 대충 밀어 두고 오랜만에, 방치해뒀던 이곳에 왔다. 먼지 쌓인 집을 돌아보듯 한때 정성스럽게 썼던 글들을 살펴보니 언제 이렇게 많은 글들을 썼나 싶다. 그리고 그 글들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하고 싶었던 말들이 정말 많기도 많았다.

  철없는 불만이 많아서인지 혹은 그냥 누군가에게 뭐라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뭘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써뒀는지 부끄러워 얼굴이 벌게진다. 후회되었다. 지금도 한 줄 한 줄 늘어가는 페이지를 보며 타자를 주저한다.

 

  "그만 쓰란 말이다."

  

  변화된 일상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살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려고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후회가 된다.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때 더 돌아다니지 않은 것을. 마스크 없이 뛰어다닐 수 있던 날들을 그냥 보낸 것을. 어떤 일에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살지만 인생은 이렇게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만다. 이런 삶에서 후회 없이 산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저 노력할 뿐이다.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는 날들이 돌아오기를. 그때까지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  


영화 <카페 벨에포크> 중 한 장면


  영화 <카페 벨에포크>에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작업은 다소 엉성하고 허술하지만 과거로 돌아간 이들에게 그런 부족함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순간을 다시 돌이킬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작용이 있다. 그 행복했던 순간이 현실에선 사라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는, 서글픈 사실이다.


  과거를 돌이켜야 한다면 후회 대신 애틋한 그리움만 있길, 미래의 나에게 바란다. 그러려면 당연하게도 지금의 내가, 잘해야 한다.

  늘 그렇지만 당연한 소리나 하고 있다. 그것도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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