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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Aug 24. 2020

내 인생의 생명줄

늘 감사하고 감사하는 존재 - 아들


2020. 8. 6.

2주 뒤면 학교에 가야하는 아들이 요즘 너무 노는 것 같아 아침에 좀 혼냈다. 자기 말로는 '나는 아빠가 없을 때만 공부해요'라고 하지만, 퇴근 후에 보면 아 저놈은 언제 공부하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나도 TV를 끄면, 제 방으로 들어가 조금있다가 불을 끈다. 자는 것이다. 물론 어린나이에 너무 늦게 자는 것도 문제지만 그냥 이래도 흥 저래도 흥식으로 계획없이 사는 것은 버릇으로 이어지고, 어린 시절 가장 중요한 것이 습관인데 이렇게 지내면 안될 것 같아 싫은 소리를 좀 했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나오면 늘 그렇지만 마음이 않좋다. 조금 더 차근히 친절하게 얘기해줄 것을 왜 그리 소리를 지르고 그랬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보면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섞여 출근 길 내내 발걸음이 무겁다. 나때문에 무거워져있을 집안 분위기를 생각해도 그렇고, 나는 가장인데 가장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안하고 이 모양이니... 그냥 놔두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해든 저도 살아갈텐데. 그가 살아갈 세상은 나와 다른데.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처럼 그의 인생은 어쩌면 지금처럼 공부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데. 모를 일이다.

점심이 다 되면서... 시무룩해 있을때 전화라도 좀 해줄까. 아니야, 이젠 나이도 좀 됬는데 오히려 아침엔 혼내더니 점심엔 장난하냐고 생각하지 않을까. 밥을 먹으면서도 약간 기분은 우울하다. 집에서라도 좀 행복해야하는데.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들어 소파에 기대보는데...

갑자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점심 드셨어요?"
"어... 아들이 속을 썩여서 안 먹었어. (잘 한다. 애가 전화했는데)"
"그래? 나도 힘들었어. 오전에 엄마도 도와주고, 공부도 하느라고."
"니가 뭘 공부했다고 그래?"
"아니야 했어. (그러곤 제 책상에 있느대로 책을 널려놓고 사진을 찍어 보낸다)"
"그래? 그럼 오늘 아빠가 퇴근하면 뭘 공부했는지 시험을 보도록 하겠어요."
"안돼!"
"안 한 게 들통나면 혼낼려고 회초리도 다섯개나 준비했어요."
"으악!"

나같으면 하루종일 우울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전화해도 받지 않거나 시무룩했겠지.
그런데 아들놈은 나에게 전화를 먼저 건다. 그리고 밥 먹었냐고도 물어본다.
딸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놈의 목소리는 쾌활하기까지 하다. 전화 통화를 하고나니 기분까지 업이 된다.

아들은 정말 나와는 다른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그가 나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의 활달함, 회복성, 친근함과 사교성.....
저런 것은 누가 가르쳐서 될 것도 아닌데, 그의 살아가는 방식은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고,
그래서 그는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것 같다.

나는 어느새 아들보다도 못한 아버지가 되었다.
아들에게 위로나 받고 오히려 힘을 받는.
아들이 내 인생의 생명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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