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제이 Jan 07. 2021

볼 만큼 본 MBTI

신년이니까 사주, 타로, 별자리 띠별 운세, 그리고 MBTI?

 혈액형별 성격유형처럼 비과학적인 미신에 잘 빠지는 사람은 물고기자리라던가, 물병자리가 분명하다는 어느 우스갯소리처럼, 나는 MBTI를 신봉하지 않는다. 난생처음 점 보러 갔다가 멀쩡히 살아계시는 할머니가 조상님이 되어 나를 지켜주고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로 사주도, 타로도 하나도 안 믿는다.

 하지만 TCI는 과학이지..!!


 각 알파벳 당 개의 선호 경향으로 나뉘어 2*2*2*2=16 총 16가지의 성격유형으로 세분화된 MBTI. MBTI는 분명 꽤 객관적인 성격유형검사로 시작했다. A, B, O, AB 총 4개밖에 안 되는 혈액형이나 12달 12 궁수 12자리인 별자리 성격유형보다는 야악간 더 세분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검사를 처음 개발 한 사람의 의도가 무엇이든 요즘에 소모되는 방식은 인터넷 무료 사주풀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궁합'이라던가 '나도 몰랐던 나 자신' 혹은 '집콕에 잘 어울리는 유형' 등등을 봐주니까.

 애인과 자주 다투다가 혹시나 해서 MBTI를 봤더니 역시나 나는 S타입인데 상대방은 완전 N이더라는 간증이 이어진다. 건대 앞에 줄줄이 자리한 포장마차 점집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내 사주에는 화(火)가 많은데 그의 사주에도 물(水)은 없고 흙(土)만 많아서 영 어려울 만도 했다는 식이었던가.

https://unsplash.com/photos/Ka-speuU7W4


  MBTI에 질려버린 어느 날, 친구가 TCI를 소개해줬다. 곧장 검색해봤다.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길 TCI는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의 약자로 '기존의 인성검사와 달리 기질성격을 구분하여 개인의 인성(personality)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심리검사'라고 한다.

기질: 타고난 성향(본성)
성격: 살면서 갖춰지는 개인차(교육)

 무려 '본성과 양육'이다! 선천과 후천을 모두 아울러 '나'를 파악한다니, 이보다 더 과학적일 순 없다.


이건 마치 MBTI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격검사라고나 할까. 새 시대에는 TCI다.

 <이어지는 간증의 시간>

 검사지는  2+1장이 날아온다. 검사결과지, 보고서(결과 해석  설명) 그리고 같이  사람이 있다면 서로를 종합 비교해 주는 추가 보고서.

 TCI 성인용 기질  성격검사 결과, 나는 '모험가 기질' '신뢰하는 성격'이다.
 타고나기를 호기심이 많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인데, 아마 외향적이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라고 검사지는 추측한다. '어린 시절' 어느 나이까지 정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충동적이라기보다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고 침착하며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부분까지는 좋았는데, 지루하게 지내느니 //차라리 빙판길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편을 좋아한다// 부분에서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 일치가 높은 사람인  좋은데, 장기적 목표가 불확실해서 현재 상황과 즉각적인 욕구에 '어쩔  없이' 내몰리고 있다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하던 일이 끝났을  밀려드는 허무감에 허둥지둥할 일을 억지로 만들기도 하고, 한껏 우울감에 휩싸인 적도 있으니 말이다.
 타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가 있는 부분은 약간 인지하고 있기는 했으나 '다름' '틀림'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줄은 몰랐다. 조금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야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있다는 대목은, 나의 부부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TCI의 남다른 유용성 중 하나는, 그룹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한 개인의 기질과 성격뿐만 아니라 집단(!)의 특성도 탐색할 수 있다. 회사나 학교, 또는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통으로 파악한다는 뜻으로, 작게는 교우 간, 가족 간, 직장동료들 간 관계 향상을 위해 써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너와 나 각각의 태생적 특성과 더불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를 파악해서 얼마나 잘 맞는지를 알려준다는 소리다.

 후천적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태어나기를 어떻게 태어났는가에만 꽂혀 있는 혈액형이나 별자리, 사주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이지 않은가.


<합리적인 궁합이란 이런 것이다>

  TCI 소개해  친구와 함께 신청해서 추가적인 연구결과보고서인 비교분석지를 받았다. 같은 가격이라면 다홍치마니까,   있는   해봐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십   친구로 지내  우리는 기질적으로는  다르고 성격적으로는 상당히 비슷하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만났으면 지금만큼 친해지지 못했으리라는 , 이미   들은  있다. 심지어  친구가 직접 했던 말이니  사람, 상당한 전문가 수준으로 인간을 파악할  아는 이였다.
 검사지를 해석한 심리상담사가 '특히 눈에 띄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유난한 부분이자  맘에도   부분은 //  타인 수용이 높지 않다// 점이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 심지어 나는  감정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기까지 하는 사람이다 보니 주변에는 비슷비슷한 사람만 남았다. 그게 편하다.
  가지 몰랐던 사실은,  친구가 이타적인  알았지만 환경보호를 넘어서 전쟁방지, 기아  넓은 범위까지 도우려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새삼 멋진 친구로군.

 MBTI도 논리적이기는 하지만 '왜'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냥 '너는 16가지 중 하나다'에서 끝나고 그걸로 학업운을 보던 성공운을 보던 죽을 쒀 먹던 알아서 할 일이다. 근데 TCI는 '왜'까지 설명해준다. 내가 왜 완벽주의자인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기 때문인지를 알려주니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확신이 든다.


 실은 성격유형으로 운을 점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성격유형검사와 심리테스트를 혼동하는 것도 웃을 일이고,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근데 사람 맘이란 것이 원래 우습다. 나도 모르는 나, 혹은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알고 맞는 매는 모르고 맞는 매보다 덜 아프니까,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의 실마리도 미리 좀 알고 싶다.

 하지만 무신론자에게 '신이 그랬어요'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듯 이성과 합리주의로 무장한 '배운 세대'에게는 스스로를 설득할 만한 과학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MBTI와 사랑에 빠졌다. 콩깍지가 벗겨진 후에는 TCI가 있으니까, 우리는 언제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GLsAydqqgzs


작가의 이전글 멜론보다 라디오, 그리고 DJ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