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오래된 가스라이팅
가끔 텃밭을 돌보다가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럴 바엔 그냥 사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실제로 주변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거 깻잎 얼마 한다고 그냥 사 먹어. 뭐 하러 힘들게 그래? “
그들의 말이 내 가슴속에 떠올라 나를 설득하려 할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의 낡은 신념 하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되뇐다.
아, 나는 오랜 사회의 가스라이팅으로부터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구나.
사회는 늘 말한다.
더 많이 성취하라고, 돈을 벌고 명함을 가지라고. 우리 사회에서 ‘생산적이다’는 말에는 대개 ‘돈이 된다’는 기준이 붙는다. ‘효율적이다’라는 말에는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낸다는 의미가 붙는다.
그 사회적 기준에 따라 나는 예전 오랫동안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왔다. 효율을 따지고, 결과를 내고, 드러나는 성과에 집중하며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기르고, 고양이들을 보살피고,
텃밭의 작물들이 자라는 걸 핸드폰 없이 바라보며
기분 좋고 신기한 몰입을 경험하는 시간.
비효율적일까? 비생산적일까?
어쩌면 나는 지금,
진짜 ‘생산’이란 무엇인지 다시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
생명이 자라는 것을 돌보고, 나를 도구가 아닌 존재로 여기는 삶을 살아내는 것.
나는 나를 역할로만 보던 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 자신으로서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닌, 손으로 키우고 마음으로 돌보는 삶.
그 삶이, 생각보다 훨씬 진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과 ‘효율’에 오히려 더 다가가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마음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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