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감각이 돌아오고, 삶이 따라왔다

– 몸을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 회복의 감각

by 실루엣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내 몸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예전엔 ‘좋은 감정’,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상상하고
그 기분을 먼저 느껴보라고 했다.

즉, 나의 감정은 나의 의지라는 것이다.

‘비주얼라이징’이라고 불리는 방법.
나도 매일 해봤다.
머릿속으로 좋은 아침, 부드러운 관계,

평화로운 하루를 그려보며
그 기분을 먼저 느껴보려 애썼다.


그런데 현실은 늘 거기서 멈췄다.

어린 아이 셋은 쉴 새 없이 번갈아가며 소리지르고,

나는 밤에 잠을 잘 겨를이 없고,

운동은 커녕 내 밥을 챙겨먹을 시간도 없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또각구두 신고 미용실을 다니며

예쁜 옷과 핸드백을 메고 사회를 활보했지만

지금은 대충 질끈 올려묶은 머리에

밥풀 묻은 목 늘어난 티셔츠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내가 상상하는 나의 미래 그림들을 현실로 끌어올 힘이 내게 없었다.
몸이 너무 지쳐 있었고,
감각은 흐려져 있었으니까.


요가는 아주 느린 방식으로
그 잃어버린 감각들을 되살려주었다.

예전에 요가할 때는 다리찢기가 되는가 안되는가,

내 몸이 유연한가 안 유연한가,,

저 동작을 잘할 수 있나 없나에 집중했었다면

이제는 조금 달랐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또는 해내야 한다는 복잡한 마음보다 앞서,
‘지금 내 호흡이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 몸이 뻐근한가 부드러운가’
이런 아주 작은 감각부터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특히 신기했던 건,
같은 동작인데도, 매일의 몸이 달랐다는 사실이었다.
어제는 쉽게 되었던 자세가
오늘은 왜 이렇게 버거운지,
같은 자세에서 왜 어깨가 더 무거운지.
그 미묘한 차이를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감정은 생각이 아니라, 몸에 쌓이는 것이구나.


요가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감정은 몸에 저장된다’고.
예전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내 몸이 긴장하거나 굳는 지점들,
왼쪽 엉덩이, 오른쪽 어깨처럼
반복적으로 막히는 곳을 느끼면서
나는 그것이 단순한 근육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곳엔 분명, 내가 미처 다 풀지 못한 감정들이
조용히 숨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요가를 하는 동안만큼은
‘나의 생각’이 아닌 ‘나의 몸의 현실’에 머물 수 있었다.

계속해서 '해야 할 일', '왜 그랬을까',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들로 소음이 가득하던 내 머릿속이
요가를 하는 시간엔 동작을 따라하느라 그런지, 잠잠해졌다.


그 시간만큼은 생각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나’를 살아내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생각이 아닌 몸을 기준으로
‘지금 나’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요가는 내 삶을
공상과 상상, 이성과 논리 그리고 생각의 세계에서
현실의 몸으로, 감정의 몸으로
나의 움직임으로
데려다주는 일이었다.


나의 몸의 감각이 돌아오자,
나의 삶도 따라왔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로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책 대신
‘지금 이 정도면 괜찮아’라는 말이 입 안에 맴돌았다.

내 몸이 내 편이 되어주는 느낌.


이전에는 아이낳고 뚱뚱해져 살도 잘 빠지지 않는

예전 처녀 시절 몸과 비교해 현재의 내 몸을 비난했었다면,

어느샌가 뭐 내 몸이 어때서.

아이 낳고 매일 매일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진짜 고생 많다. 라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내 삶에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결국 변화는
머릿속 상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나’를 정확히 느끼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요가는 조용히 가르쳐주었다.


물론, 반복되고 꾸준한 요가는

내 몸에 ‘근육’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조금씩 쌓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몸을 회복함으로써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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