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이해를 넘어, 회복의 감각으로가는 길
30대 후반까지
내 삶의 중심에는 늘 ‘심리학’이 있었다.
삶의 고통들과 나의 감정들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 원인을 알면 회복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감정의 뿌리를 찾고,
무의식을 탐색하고,
반복되는 관계 패턴을 분석했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나는 내 상처의 역사를 이해했고,
그 상처가 만든 왜곡된 감정과 반응들을
무의식이 아닌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나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마주하고 인정하며 자각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내가 내 감정을 안다고 해서
내 감정이 금세 편안해지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즉, 상처를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서
곧장 ‘나의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왜 그런거지? 라는 의문으로 더 괴로웠다.
지식이 내 삶을 바꾸는 데에는
분명 어떤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가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머리를 쓰지 말고, 몸을 써라.”
“생각에 빠지지 말고, 일단 몸을 움직여라.”
“머리로 분석하지 말고, 지금 내 호흡과 몸의 감각을 바라봐라.”
그 말은
내가 수년간 배워온 심리학과 다른 길을 제시했다.
물론, 심리학에서 몸과 감각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나를 회복함에 있어 심리학이 어떤 이론이라면,
'실천과 적용' 을 해야 하는 것은 나의 몸이었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달았다.
나는 당황했고, 동시에
무언가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혔다.
정말 나는,
‘이해’한다고 해서 달라지고 있었던 걸까?
감정을 말로 설명하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그 감정을 진짜로 ‘느끼는 것’엔
내 몸과 마음이 어색해하고 있진 않았을까?
요가는 말했다.
“우리 몸이 흘러다니는 감정을 기억하고 붙든다.
그리고는 몸 속 깊은 곳에 저장한다.
그것을 흔들어 깨워 에너지의 순환을 돕는 것,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감정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심리학이 내게 ‘이해’를 주었다면,
요가는 내게 ‘감각’을 되찾게 해주었다.
숨을 깊이 쉬고,
아픈 관절에 집중하고,
땀이 흐르는 내 몸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분석도, 해석도 없이
내 감정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을 해석하지 않고
이유를 따지지 않고
그저 숨 쉬고 버티고,
땀 흘리고 움직이는 그 순간.
과거는 사라지고,
'현재 이 순간의 나' 만 남았다.
내 안의 어떤 에너지가
정말 바뀌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요가는 왜
그렇게 힘들게 몸을 구부리고,
기이한 포즈들을 취하는 거냐고.
사실 나도 그 점이 늘 궁금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 모든 동작은 '기이하고 비상한 자세' 라는
어떤 최종 동작이라는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숨어 있을
마지막 감정의 조각들, 어떤 에너지들까지
조용히 흔들어 깨워내어 ,
흐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란 걸.
요가는 내게 말한다.
“감정은 생각이 아니라, 에너지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몸에 쌓인다.”
감정을 억누르고 설명하려는 내 습관은
몸에게 침묵을 강요해왔던 걸까.
요가는 매일 내게 묻는다.
“지금 너는 네 감정을
몸으로 느끼고 있니?”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조금씩,
말보다 더 진실한 회복의 언어를
배워가고 있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아내는 삶을.
이해가 아닌,
감각으로 살아내는 회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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