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당신에 대한 오해들.
새침떼기같다. 차도녀같다. 성격이 차갑다. 찔러도 피가 안나올 거 같다. 힘들게 살아온 자식 많은 집 장녀같다. 침착하고 차분하다. 정리가 너무 깔끔해 결벽증이 있는 것 같다. 지저분하다. 부지런하고 일이 칼같다. 일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철없는 막내딸 같다. 천방지축이다. 매사 덜렁거린다. 게으르다. 건망증이 심하다.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좋다. 인정이 많다. 마음이 따뜻하다. 속정이 깊다. 마음이 여리다. 외유내강이다. 외강내유다. 친해지기 힘들다. 싸가지가 없다. 계획성이 있다. 무계획이다. 짜증쟁이다. 화를 많이 낸다. 참을성이 강하다. 현모양처다. 독립심 강하다. 일을 해야하는 여자다. 살림을 못한다. 요리를 잘한다. 집념이 강하다. 뭐든 끝까지 못한다. 이기적이다. 배려심이 많다. 착하다. 못됐다. 자기 절제를 잘한다. 통제력이 없다. 사교성이 없다. 사교성이 뛰어나다. 실용주의적이다. 현실감각이 없다.... 등등
살면서 남들로부터 내가 들었던 평가들이다. 나란 사람 한 명에 나오는 평가가 이리도 다양하다. 게다가 놀랍게도 엄청 상반되고 모순되는 평가들이 많다. 난 내게 어떤 평가들이 내려질 때 대체로 대답하지 않는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평가도 그 안에 나를 가두려하는 시도가 이뤄질 때마다 나는 거부감을 느껴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게 어떤 사람인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면 이제 이렇게 맘속으로 대답한다.
아, 그렇게 보셨어요?
그들의 평가들은 모두 사실이기도 하고, 모두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나는 가만히 어떤 맥락 안에 그 당시의 내 모습대로 살고 있었을 뿐인데 이리도 다르고 다양한 평가들이 난무하는 걸 보면 둘 중 하나다. 내가 일관성이 없거나, 그들이 잘못봤거나. 아니면 둘 다인가.
형용사를 해체하라
상담할 때 주로 집중해서 작업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을 설명하는 형용사를 해체해 그 뒤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착하다. 나쁘다. 성급하다. 게으르다. 예쁘다. 매력있다... 등등 같은 형용사를 쓰고 있지만 실제 정의는 개개인마다 다 달라서 정말로 '보기 나름'이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나는 형용사나 평가의 언어가 나오면 그 대상보다도 말하는 사람의 그렇게 '정의' 내리는 사연이 더 궁금하다.
언어의 프리즘에 갇히면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떠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통해 정의를 내리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그 틀 안에 가두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틀과 맞는 증거들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여 인식하고 그 정의를 강화시킨다. 기존 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정말 드라마틱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진짜 현재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그' 를 붙들고 있는 셈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서 소외되어 진정으로 만날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여기 있는데,
당신은 '과거의 나'를 붙들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이 말하는 그대로를 들을 수가 없다. 이러하다 저러하다 라는 틀을 찾고 그 안에 가두기에 급급하여 과거 안에 '밀봉된 그'와 교류하려 한다. 지금 그 상대는 눈 앞에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며 매 순간 다른데도.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상태가 있을 뿐.
한 순간의 상태였을 '그런 상태'를 강화하지 않으면 사람이 다채로워진다. '그런 상태'에 대한 증거만을 수집하는 일을 그만두면 그 사람이 제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을 고정된 물체가 아닌, 움직이는 생명으로 볼 때 진정으로 만날 수 있다.
너 답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듣기 거북하고 헷갈리는 말이다. 내가 공들여 해체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고,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내게 가진 바램이나 기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이기도 하다.
너 이번에 정말 다시봤다. 못할 줄 알았는데 니 자식이라고 셋을 그리 독하게 혼자서 다 돌보는거 보고.
언젠가 누군가 내게 하신 말. 나는 사실 그동안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바뀌고 달라져 왔다. 한 번도 같은 날이 없을 정도로. 그녀는 이제껏 '과거의 나'를 이제까지 붙들고 있느라 매일 매일 진화하는 내 모습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 변화의 임계치가 넘어 비로소 현재의 상태에 또 나를 묶어두는 이른바 개념의 리뉴얼 작업이 한 번 된 것일 뿐, 그녀는 진정으로 나를 보고 있지 않다.
사람은, 매 순간 다시 봐야 하는 거 아닐까
나는 아주 다양한 사람이다.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나는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색깔의 사람이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보고싶은 대로 나를 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전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 당신도 그렇겠지요?
#그러니흔들리지맙시다
#남이뭐라건그건내가아닙니다
#형용사너머당신의모습은어떤가요
#프리즘은버리고매순간다시봅시다
#칭찬도싫고비난도싫다
#평가하지말고그냥바라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