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고양이, 아이들, 햇살, 바람, 풀 내음…
아침마다 집 앞 텃밭을 돈다.
흙 위에 돋아난 새순들을 보고
살짝 벌어진 토마토 꽃을 들여다보고
방울처럼 달린 물방울을 한참 바라보다가
풀 내음 섞인 바람 한 줄기에 마음이 놓인다.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는 삶을 누리고 있다.
전에는 그런 나에 대한 비난이
내면에서 올라와 스스로를 괴롭혔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에게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나에게 ‘살아 있다’고 말해주는 이 작은 풍경들이
요즘의 나를 살게 한다.
고양이가 해 질 녘 썬룸에 누워 눈을 감는다.
아이들이 웃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작은 화분을 돌보며 생각한다.
이제는 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언제나 느리고, 조용한 진심인 것들이었다는 것을.
요가도, 텃밭도, 아이도
모두 ‘과정’이 전부인 것들이다.
완성이라는 개념이 없는,
그래서 더 어렵고 아름다운 세계.
예전엔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안달했다.
식물도 빨리 자라야 좋았고,
아이도 뭔가 해내야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느린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하고 깊은 걸 안다.
요가의 수련처럼
살아가는 일도 천천히, 깊이 뿌리내리는 것임을.
'나'라는 존재가 뿌리내리면서 함께 배운다.
이전의 나는 강해지기를 바랐다.
무너지지 않기를, 흔들리지 않기를,
상처받지 않도록 단단해지기를.
뭐든지 견뎌내고, 굴복하지 않기를,
그렇게 매순간 완벽하기를.
하지만 요가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진짜 회복은 단단함이 아니라 온전함에서 온다는 걸.
내가 나에게 다정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몸을 이해하고 부드럽게 다룰 때,
가혹하지 않게 내 몸은 단련되었다.
내 몸 속에 숨어 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인정할 때,
나와 나 사이의 장벽이 녹아내렸다.
눈에 보이는 힘보다
내면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고요하고 따뜻한 온기가
나를 다시 살게 했다.
요가는 나에게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
몸은 매일 다르고,
감정은 예측할 수 없으며
삶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그 모든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허용하는 연습,
그것이 요가였고,
이제는 나의 삶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불안하고,
가끔은 또 지치고,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매일 나를 돌아보는
이 정직한 시간을 통해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면,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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