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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Dec 22. 2018

아마존이 인재를 붙잡는 방법

"너는 왜 퇴사했어?"

아마존을 포함한 테크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 확보와 유지를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한다. 

호텔 뷔페와 견줄 수 있는 점심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고, 바리스타가 공짜 커피를 만들어 주는 회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직이 잦은 테크 산업군에서 과연 아마존은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오늘은 아마존에서 느꼈던 인재 유지 전략에 대한 주관적인 이야기이다.


아마존 MBA 리더십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런던 오피스


지금 하시는 일 재밌어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재미있다고 느낄까? 평생 일할 거면 재밌는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무지한 생각에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MBA 과정 중 다양한 산업군의 경험이 있는 친구들과도 자주 토론했던 주제이고, 아마존 입사 후 동료들과도 이야기했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는 주제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질문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세 가지 답으로 풀어보려 한다. 


(i) 주인의식 <Ownership>

많은 직장인들은 본인을 회사라는 기계 속 톱니바퀴라고 이야기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Top-down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서 일을 수동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일을 잘해도 스포트라이트는 김 부장이 가져가고, 개인의 input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감하기는 어렵다. 성취감은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부여다. 여기서 말하는 성취감이 "내가 지구온난화를 막아냈어"라는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했던 일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때 (적어도) 필자는 성취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는 추운 겨울 아침 따듯한 온수매트와 이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아마존은 이를 주인의식 <Ownership>이라는 14개의 리더십 원칙에 녹여냈다.

아마존은 본인을 "세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이런 소개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이는 거짓말이 아니다. 이 모든 시작에는 아마존만의 독특한 문화인 "2 Pizza rule"이 있다. 제프 베조스의 설명을 빌리자면 각 팀은 피자 2판을 나눠먹을 정도의 사람 수만 있으면 된다라는 법칙인데, 많은 사람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소통도 잘 안될뿐더러 업무 효율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직원들은 엄청난 업무 결정권을 얻게 되는데, 이는 아마조니안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예를 들어 필자와 같은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 스타트업의 CEO 역할을 하게 되는데 내가 이렇게 많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유럽 5개국의 세일즈 팀과 셀러 서포트 팀에게 특이사항을 전해 듣고, 본사 마케팅 팀과 내년에 있을 캠페인들에 대해서 고민한다. 격주로 변호사와 세금 전문가들과 만나 유럽 세법 변화 추세에 대해서 토론하고, 미국과 인도에 있는 테크 팀과 UX 팀과의 화상 통화를 통해서 새로운 제품 디자인의 방향성을 잡는다. 이와 같이 제품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내 제품"이라는 확실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데, 그만큼 애정을 갖고 일을 하게 되어서 그런지 업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솔직하게 어렵고 스트레스 받으며 힘든 순간도 많지만 재밌다). 우리 매니저는 명언을 잘 던지는 편인데, 수습기간이 끝났던 날 그는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 있다. 


제품의 방향성은 디테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네가 정하는 거야. 우리는 (본인을 포함한 상사들, 임원들) 그 길이 맞는지 경험을 바탕으로 같이 고민해주는 역할이고

회사가 전달하는 주인의식은 "네가 충분한 논리를 바탕으로 우리를 설득시켜봐"이다. 덕분에 제품에 관한 작은 이슈들도 들여다 보게 되고, 잠이 들기 전에도 제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아침 내가 내린 결정이 제품 그리고 사용자들의 비지니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두근거리는 일이다. 우리는 사용자들의 anecdote를 자주 확인한다.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서인데,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정말 커다란 성취감을 얻게 된다. 못하고 있지는 않구나 라는 안도감에서 얻는 만족감은 표현할 수 없다. 


가려져 있지만 우리의 모토는 Work hard, have fun, make history 이다


(ii) 개인적 발전 <Personal development>

누구든 입사를 하면 사내 시스템에 적응하기 바쁘게 일을 배워간다. 하지만 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우리는 직장 사춘기를 경험하게 되는데, 더 이상 배우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이직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일이 손에 익어 성과를 내야 할 시기에 왜 우리는 사춘기를 마주한 걸까?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인간은 배우고 진보하려는 자연적 욕구가 있다고 한다. 특히 80%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회사가 얼마나 개인적 발전성 (personal development)을 중요시 하는지를 선택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한다. 회사의 네임밸류가 좋아서, 페이가 높아서 라는 이유로 회사를 선택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밀레니얼들을 고용해야 하는 회사들의 입장이라면 한번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마존 내에서는 Career development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아마존은 한 직원이 동일 팀에서 평생 근무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마존 킨들을 평생 담당한다고 해보자. 그럴 경우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자극이 부족하여 쉽게 안주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회사는 타 프로젝트를 권유를 함으로써 사내 인재 순환 활동을 벌인다. 물론 극단적으로 마케팅 매니저가 갑자기 코딩을 할 수 있지 않다. 허나 오늘 시애틀에서 킨들을 담당하는 마케팅 매니저가 내일 뉴욕에서 아마존 비디오 마케팅 매니저가 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회사는 순환 활동을 통해서 직원들이 새로운 자극을 받고 끊임없이 발전하기를 권유한다. 또한 순환을 통해서 각 팀의 노하우를 타 부서에 퍼뜨리는 사이드 베네핏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이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제품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끊임없는 발전보다는 워라밸을 갖추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회사 역시 이를 권유만 할 뿐 강요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커리어는 순전히 개인에게 결정권을 준다. 연말에 갑자기 타 부서로 발령 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심있는 부서에 지원하고 받아준다면 옮기게 된다. 회사는 지켜본 후 비자나 이사 지원만 해준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 중 <Learn and be curious>라는 원칙이 있다. 리더들은 항상 새로운 지식을 갈망해야 하고, 배움을 멈추면 안 된다고 한다. 그 덕분에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일이 너무 지루해. 더 이상 배울 것도 없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는 친구를 찾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런던 오피스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동료와 술을 자주 하는데, 아마존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본 그에게 회사 생활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고 했다. "이건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되는 프로젝트를 맡고, 정신없이 문제를 풀다 보면 본인이 솔루션을 찾았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아마존은 직원의 열정이 꺼질만할 때 열심히 부채질해서 다시 불을 잘 지피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마존은 굉장히 피곤한 회사다. 복잡한 문제를 풀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은 반길 수 있겠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고뇌해야 하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다. 이게 바로 회사의 fit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iii) 인간관계 <Relationship>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퇴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원인 제공자는 직장 상사 김 부장, 협업 부서 박 과장, 거래처 이 상무이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삼성에 대해서는 은근히 좋은 기억들이 있다. 물론 이것도 케바케이고 운이 좋았던 적도 있고 나빴던 적도 있었다. 적어도 필자의 첫 상사는 참 좋은 분이셨다. 대학원 끝나고 어린 나이에 입사한 나를 데리고 매일 같이 업무를 가르쳐 주셨고 혹시라도 조급해하지 않을까 "일은 원래 1년 정도 구경하다가 하는 거야" 라며 다독여주셨다. 내가 일을 하다가 늦게 사무실에 돌아올 경우에는 기다리시다가 닭갈비와 막걸리를 사주시며 힘들지는 않냐고 물어보는 그런 낭만이 있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분들과 일을 하게 되고, 남의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긴 했지만 적어도 잠시 동안은 잊지 못 할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존에 이런 낭만은 없다.

부서와 상사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겠지만 회사는 개인주의가 강하다. 일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가르쳐준 후 어떻게 해서든 혼자 배워야 한다. 입사 초기 신규 국가 론칭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매니저와 함께 대규모 미팅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당시 용어들이 익숙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 알아 들었더니, 매니저는 "이번 프로젝트가 너 때문에 딜레이 되는 일 없도록 해"라고 무섭게 이야기하고는 퇴근했다. 그 때가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주말동안 몇 번이나 그 말을 곱씹었는지 모른다. 이제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스스로 공부하여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 아낌없는 칭찬을 해줬지만 예전 닭갈비와 막걸리를 마시던 그 낭만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런던 출장 갈때마다 근무하는 자리에서 보이는 필자의 페이보릿 시간 @런던 오피스


당연히 금전적인 요소를 빼먹을 수 없다. 아마존은 매년 IT 기업들의 연봉들을 분석하고 부족하지 않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려고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무료 식사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근무 환경과 직원 복지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밥만 주지 않을 뿐이지 흔히들 기대하는 복지들은 다 해준다). 그보다 아마존은 업무와 관련하여 직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우리가 돌이켜 봤을 때 직장 상사에 따른 스트레스로 퇴사한 사람을 본 적이 있어도 회사에서 무료 식사를 주지 않는다고 그만두는 사람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비슷하게 회사 일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서 사표를 낸 사람은 있어도 사내 헬스장, 마사지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직 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문제에 다가가보니 그들이 가려하는 방향이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이런 노력을 해도 갈 사람은 간다.

아마존의 이직률은 더 높았으면 높았지 타 IT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이런 잦은 이직률은 테크 산업군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동안 다양한 업계를 돌아다니면서 경험을 쌓고 본인의 몸값을 올리는 게 당연시 되는 문화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아마존은 재취업을 좋아한다. 다른 회사들을 다니면서 쌓은 경력들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근무를 하다보면 재취업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아마존의 무모한 도전적인 정신이 그리워서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는 정말 호불호가 강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해외 IT기업 대비 퇴사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삼성에서 느꼈던 것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기에는 아직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에는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다. 허나 그 사람들이 하는 업무는 그들의 역량이 필요하지 않은 작업들이 많았다. 특히 모든 방향이 위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삼성이 지나온 길을 보면 이해가 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회사의 리더가 나가야할 방향을 알고 있다면 Top-down 방식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 -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그 방향으로 달려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더 불분명해진 21세기에 그 방향의 길잡이는 실제로 업무를 몸소 느끼고 있는 실무자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잠재력은 풍부하다. 이들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줘서 진정한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게 하는 건 어떨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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