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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Dec 31. 2018

때로는 반대해도 괜찮아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석에서 필자는 반대의견을 잘 내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와 반대되는 의견이 있더라도 그저 그 사람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 틀린 내용을 말하더라도 좋게 넘어가기 위해서 굳이 해당 내용을 수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살다보니 본인의 의견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했기에 굳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침묵을 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를 회사라는 프레임에 적용한다면, 과연 이게 건강한 회사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자유롭게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영국 테이트모던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수십년 경력의 장인들도 업무 중 실수를 한다. 평생 축구를 한 사람들도 승부차기를 하다가 공을 달나라에 보내기도 하고, 김밥을 평생 만드신 분들도 옆구리를 터뜨리신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세그웨이를 인류 이동수단에 변혁을 가지고 올 제품으로 확신했었지만 (필자는 아직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세그웨이는 너무 재밌다), 실상은 관광지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사람이 항상 옳을 수 없기에 조직 내 인원들은 서로의 의견을 한 곳에 모아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최근 IT 기업들 사이에서 이색적인 경력을 갖은 사람들을 많이 채용하려고 하는데, 이는 새로운 관점에서 같은 문제를 바라보며 조직 내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조직 내 우리는 얼마나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까?

월요일 오후, 점심시간 후 회의시간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회의실에는 상무님, 부서장님, 그리고 부서 사람들이 모여서 내년 제품 개발과 관련되어 토론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와서 우리는 내년에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이야기 중이다. 과연 우리는 제품의 원가를 절감해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사들이 쫓아올 수 없을 정도의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 하이엔드 시장 제품군들을 섭렵할 것인가?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들과 가장 잦은 접촉이 있었던 나에게 소비자의 니즈는 무리 없는 가격대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전 상무님이 그쪽 방향으로 밀고 나가다가 직장을 잃으셨기에 이번 상무님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신다. 과연 나는 어떠한 말을 할 것인가?


상무님, 그 방향으로 갈 경우 소비자의 외면 받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작년과 동일하게 보급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주력해야 합니다.

당신은 소신을 가지고 상사들에게 직언할 수 있겠는가? 과연 당신의 조직에는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장치 (safety net)을 구축했는지 생각해보자.


모두가 북쪽을 향해 갈 때, 나는 마이웨이를 간다 @브뤼셀


필자의 경험상, 회사 내 사람들은 본인의 의견이 회의실에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개인이 주목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침묵을 택함으로써 타인의 의견을 더 들어보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 결과 회의실 내 직급이 가장 높은 분의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었고, 그에 반대되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삼성이 오늘까지도 Top-down 방식을 고수하게 되는 원인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상사들의 문제 혹은 직원들의 문제 역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결정권자들에게 극단적인 책임감을 부여한다. 이는 쉽게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데, 어느 조직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높은 직급의 사람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모든 일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을 퇴사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까? 동일하게 회사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사람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 차기 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할 경우 큰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누구도 먼저 손을 들지 않는다. 상무님이 내신 아이디어에 본인은 반대하고 싶지만, 결과적으로 상무님의 아이디어가 옳을 경우 "나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통찰력 없는 직원으로 평가되겠지?" 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결국 상급자들은 본인의 생각에 크게 반대되는 의견도 없고 대안도 없기에 그 방향으로 결정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이었던 필자가 바라봤을 때 이러한 회의 장면들은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들이었다 (물론 상급자들이 많은 경험을 통해서 좋은 결정을 하는 경우도 다수 목격했다).



외국의 경우 devil's advocate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상대방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을 경우, "일부러" 반대되는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면서 기존 의견의 부족한 부분을 찾는 방법이다. 먼저 이 단어를 꺼낸 다음 본인의 의견을 피력한다면 크게 이상하지 않게 반대의견을 꺼낼 수 있고, 상대방도 오히려 "일부러" 반대되는 입장을 취해준 이에게 감사를 표하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간단한 장치가 회의 문화를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때로는 완벽해보이는 아이디어에도 새로운 시점을 적용해보면 보완점들이 발견된다. 이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접은 적도 있었고, 오히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쉬울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방의 "반대의견"을 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내 의견을 보완해줄 수 있는 소리를 듣는다 라는 마음가짐을 갖으면 된다. 그럴 경우 아무리 직급이 낮은 친구가 의견을 내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드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초반에는 어렵겠지만).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의 원칙 중 Diasgree and commit 이라는게 있다.

리더의 경우 완벽하게 설득되기 전까지 끝까지 본인의 의견을 굳히지 않고 논리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위에 나온 devil's advocate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메일을 주거나 회의를 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이 있을 경우 아래와 같이 토론을 시작한다.


I am going to disagree and commit. I disagree because ABC and XYZ.

이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할 경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반대되는 입장이 있을 것이고 이를 설득시키는 것 역시 본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되려 리더십 원칙을 따르고 건강한 토론을 이끌려고 하는 사람들을 더 높게 평가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 이렇게 리더십 원칙을 고수하면서 근무를 할 경우 따라오는 장점들도 있다. 우선 누군가는 내 의견에 반대할 수 있다라는 가정을 가지고 일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내 근거에 문제는 없는지, 혹시 더 쉬운 방법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그 결과 아이디어는 더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지게 된다. 또한 내가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들을 듣게 되어 실현가능성이 없는 프로젝트의 경우 빠르게 close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그만큼 수긍할만한 반대의견이 있을 경우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대의견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행동가짐도 중요하다. 어린 직급의 친구가 다른 의견을 내린다고 삐져서는 안되고 (제발 그러지 말자), 본인의 의견이 잘 못 되었다고 느꼈을때 변명하지 말고 오히려 올바른 의견을 내줘서 고맙다며 인사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순간 변명을 함으로써 그 순간을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들 하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속으로 안 좋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오히려 본인의 잘못된 생각을 빠르게 깨우치고 바로 잡는 리더들이야 말로 직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필자가 입사하고 얼마되지 않아 룩셈부르크에서 Offsite (워크샵)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필자의 매니저가 회의를 리드하고 있었고, 그 회의실에는 매니저의 상사의 상사(디렉터) 까지 함께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 분의 직급이 아마존 비지니스 아시아를 총 담당하시는 분과 동일 직급이니, 아마존 내에서도 굉장히 높은 직급을 가진 분이셨다. 그런데 그 분이 회의 중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약 1분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조용히 듣고 있었던 필자의 매니저는 갑자기 "저기 내가 보기엔 너의 의견은 지금 주제와 많이 벗어났고, abc와 xyz라는 이유로 옳지 않다고 생각해" 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 디렉터의 경우 "아 맞다, 그런 생각을 못했네, 고마워 그럼 회의 계속 진행해" 라며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 장면은 과연 매니저의 성격 덕에 이런 반대의견을 낼 수 있었을까? 필자는 되려 이를 받아들이는 디렉터의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소통이란 아래 사람의 직언과 위 사람의 경청에 시작된다 라는 말이 있다.

만약 당신의 기업이 수평적인 형태로 탈바꿈할 수 없다면, 적어도 아래 사람의 직언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회사에서 흔히 잘 나간다라고 말하는 상사들의 경우 "진심으로 직언을 하거나" "가식으로 상사의 비위를 맞춰주는" 사람들인 것 같다. 후자들이 지속적으로 본인의 위치를 유지하며 인정을 받는 모습이 되려 반대의견을 내려는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시장은 쉼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불안정한 시장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의견을 받아드릴 준비를 해야하고, 그런 직원들에게 보상할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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