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밤 10시는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이는 '슬의생' 타임이 되었다. 캐스팅도 좋았고 아직까지 음원차트를 꽉 잡고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노래들도 많지만 그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대사들이 많았다.
마치 한편 한편이 산문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따뜻하고 예쁜 드라마였다고 하기엔
다 보고 나서도 제법 묵직한 여운이 남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대사를 꼽아본다.
│Pick 1: 내가 널 좀 믿거든
7편에 나왔던 에피소드다. 첫 집도 수술을 실패한 레지던트인 안치홍 선생과 담당 교수 채송화 교수의 대화.
안치홍 선생)
그날 왜 수술할 땐 아무 말씀 안 하셨어요?
채송하 교수)
수술 끝나고 알았다니까~
안치홍 선생)
아니요, 저 실수 많이 했는데 수술장에서 무 말씀 안 하셨잖아요 혼도 안 내시고..
채송하 교수)
내가 널 좀 믿거든
항상 성실하고 환자 공부도 많이 하는 앤 데 왜 이러지?
무슨 이유가 있겠구나... 했어
그래서 혼은 이따 내고 일단은 좀 알아보자... 했지.
왜? 안 혼나서 섭섭해?
안치홍 선생) 아니요, 만약 그날 교수님한테 혼까지 났으면..
저 오늘 여기 없었어요.
7편에 나왔던 에피소드다. 쓰고 보니 오글거리는 대사 같긴 한데 진중한 분위기 때문인지 볼땐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후종인대 골화증'이라는 병 때문에 육사를 그만두고 의사를 하게 된 안치홍 선생. 그리고 그 병 때문에 첫 집도를 집중하기 힘든 상황. 그러나 그걸 극복해야 하는 데, 많은 준비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내.가.널.좀.믿.거.든.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만큼 큰 찬사가 있을까?
이렇게 된 결과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다. 결과에 대한 질책보다는 문제가 뭔지를 찾아본다. 이런 리더와는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면 일일수록 과정이야 힘들긴 하겠지만 결과가 나쁠 수 없지 않을까?
폰으로 넷플릭스 캡처를 뜨니 글자만 나온다. 근데 이것도 의외로 멋지다 ㅎㅎ
│Pick 2: 물어봐
마지막 편인 12편에 나왔던 에피소드다.
흉부외과 김준환 교수와 도재학 선생의 대화.
도재학 선생)
의사는 판단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게 판단력이에요. 앞으로 수백 개의 판단을 해야 하는 순간에 나는 어떡해야 하죠?
김준환 교수)
물어봐 나한테. 판단의 순간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면 그중 큰 거 몇 개는 나한테 물어봐.
두 사람의 관계가 시리즈에서 재밌게 나온다. 실력은 있지만 까칠남 김준환 교수와 덜렁대는 도재학 선생.
물.어.봐.나.한.테.
'안물안궁'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는 평소에 궁금하지 않은걸 계속 이야길 하고
정작 궁금한 걸 물어보면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못해주는 상황이 많다. 물어보는 상황은 대부분 문제가 있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은데,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대답해주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