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TK Apr 01. 2018

마케팅(讀): 맥락을 팔아라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의 마케팅

 11~12월은 보통 한해를 돌아보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느라 마케터들에게는 바쁜 시간이다. 게다가 이 시기에 TVC를 포함한 Mall 캠페인을 한꺼번에 준비하면서 더 바쁘게 보냈다. 특히 사업계획과 18년 전략을 짜면서 매출과 고객 숫자에만 매몰되어 있고, 마케팅 방향성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몇몇 지면에서 봤던 이책에 대한 서평이 눈에 띄어 알게되었고,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3일만에 금방 읽었다. 게다가 재밌고 사례가 풍부한 책이라 몇가지 이야기들은 구글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덕분에 마케팅 전략에 대한 키워드와 18년 Mall Branding 캠페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3월,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중고서점에 처분하려는데 그냥 보내기엔 내용들을 한번씩은 더 보게되지 않을까 해서 한 챕터씩 정독하기 시작했다.


│인트로: 저자소개

  

 이 책은 정지원, 유지은, 윤충열님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세분 다 브랜딩과 관련한 회사 경험 및 컨설팅 회사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정지원 님이 창업한 제이앤브랜드를 검색해보니,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7' 기사가 몇개 검색된다.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보니 지금까지 브랜딩 작업을 했던 회사들이 감각적인 UI에 소개되어 있다.

www.jnbrand.co.kr

│내용: 맥락이란 무엇인가?

 스토리(Story)와 플롯(Plot)의 차이부터 책은 시작된다.

첫 프롤로그가 매우 강렬하다. '왕이 죽고 왕비도 죽었다.'라는 문장에서 이걸 시간으로 나열하면 스토리이고, 인과정을 부여하면 플롯이 된다는 영국의 소설가 포스터(E.M.Foster)의 저서 <소설의 이해>의 발췌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집중한다는 것은 실상 이 플롯의 완성도에 기인하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역시 관계가 중요하다.

 또한 맥락에 대한 정의는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 이라고 한다. 맥락 Context는 Con(함께)와 Texture(천이나 직물을 짜다)를 합친 마이다. 즉, 직물을 짜나가듯 무언가를 함께 엮어서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맥락을 아마존은 오직 "고객우선" 이라는 맥락위에서,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샤오미는 가성비 이전에 "고객을 친구로" 라는 참여형 소비로 브랜드를 이념화했다. 이러한 맥락은 단지 그럴듯한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의 근간인 플렛폼이 되고, 커뮤니케이션과 소비를 통해 고객경험을 완성된다.


│사례: 소비의 맥락을 짚어주는 핵심 키워드 36개

 

 참 성실한 책이다. 책에서 제안하는 36가지 키워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머리속을 청소하듯 한번 비워지게 된다. 그 핵심 키워드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분홈쇼핑, 72초 드라마, LT조사이, 구글 두들, 넷플릭스 메이킷, 누디진, 대림미술관, 드루, 라이프페인트, 락코프스, 레트불레틴, 마리몬더, 몰스킨 카페, 무인양품 헛 프로젝트, 미드웨스트 항공, 미디어 오디언스, 배짱이, 사라힐 메이크업, 삼거리포자, 생일문고, 세리프TV, 스티치픽스, 슬립 노 모어, 아마존고, 에버레인, 와비파커, 웨그먼스, 제로클릭, 초코파이 에코백, 캐스퍼, 퀸마마마켓, 트레바리, 틱테일, 팬톤 카페, 페이스북 뉴스룸, 혼자들


  이중에 구글을 통해 여러번 검색해서 봤던 사레는 '슬립 노 모어' 였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제안을 담고 있는가?"편에 지금 우리가 발견하거나 발명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새로운 맥락이라고 하면서 몇가지 사례가 나온다. 홍콩의 쿠오레 프라이빗 키친(Cuore Private Kichen) 사례를 보면, 얌얌무비(Yum Yum Movies) 이벤트 -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를 보면서 제공되는 5가지의 식사 서빙 -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리고 여의도에 자리한 스카이팜(Sky Farm) 이야기도 한번 가보고 싶을 만큼 재밌다. 긜고 소셜 다이닝인 집밥(Zipbob) 이야기도 고객들에게 한끼 식사라는 의미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목은 "무대 없는 연극" 인데, 내용 3 페이지를 인용해본다.

 <슬립 노 모어 sleep no more>는 2003년 영국의 극단 펀치드렁크 punch drunk가 세익스피어의 <맥베스>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공연이다. 이후 2009년 보스턴에서 상연되었고, 2011년부터 뉴욕에서 계속해서 상연되고 있다. 2016년 말에는 상해에서도 공연을 시작했다. <슬립 노 모어>는 몰입형 연극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관객이 좀 더 연극에 깊이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구성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슬립 노 모어>의 공연장은 뉴욕 첼시에 위치한 매키트릭 호텔 Mckittric Hotel 이다. 대연회장이 있는 1층, 로비와 다이닝룸이 자리한 2층, 그리고 3층부터 5층에 위치한 객실이 모두 연극의 무대다. 호텔 전체가 무대이니 거꾸로 말하면 무대가 없는 셈이다. 평소 극장에 가서 하던 대로 지정된 자석에 앉아 다함께 바라보는 하나의 중앙 무대가 없다. 배우들은 1층의 대연회장에서, 2층의 바에서, 4층의 객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친다. 
 관객들은 흰 가면을 쓰고 입장한다. 입구는 엘리베이터, 관객들은 세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공연 내내 흰가면을 벗지 않을 것, 말하지 않을 것, 배우를 방해하지 않을 것. 그렇게 관객들은 층마다 임의로 흩어지고, 엘베이터 문이 닫히면 공연이 시작된다. 당장 눈앞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않는다. 그저 텅 빈 통로만 있을 뿐, 어느 배우도 시야 안에서 일목요연하게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이 순간이 가장 당황스럽다. 알고 가도 그렇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멍하니 혼자 통로에 남겨진 관객은 정신을 차린다. 스스로 움직이기 전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공연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가면을 고쳐 쓰고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이제 배우를찾아 뛸 시간이다!
 겨우 배우를 찾아내면 배우는 로비 한복판에서 관객에게 둘러싸여 연기를 하고 있다. 무대가 없으니 경계선도 없다. 배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객은 충분히 원하는 만큼 다가선다. 서 있어도 되고 앉아도 된다. 배우들은 꽤 자주 관객을 끌어들인다. 관객과 포옹하거나 키스를 하고, 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군중 속에서 관객의 손을 잡고 객실로 도망친 뒤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관객들은 새로운 공간의 법칙을 깨닫는다. 바로 이 공연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 이제 사람들은 각자의 룰대로 공연을 진행한다. 흰 가면은 능동성을 자극한다.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다니거나, 몇몇 공간에 주목하거나, 공간이 주는 단서들을 탐색한다. 그리고 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조각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맞춰나가,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한다. 물론 미완의 스토리다. 관객은 모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공연을 본 관객은 없다.
 매키트릭 호텔에서의 경험은 충격적이다. 그곳에서는 고정관념과 습관, 역할이 모두 바뀌어 버린다. 하나의 완결된 서사가 펼쳐질 거라는 고정관념, 앉아서 서사를 즐기는 습관, 그리고 연극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의 역할, 이 모든 사실이 한 번에 깨져 버린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점은, 사람들에게 제안 한다는 행위가 상품이나 서비스 입장에서 "팔고싶거나" 혹은 고객 입장에서 "사고 싶은 것"을 TPO에 맞게 제안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의 경험을 송두리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과잉의 시대, 잉여의 시대에 살면서 필요의 수준으로 제안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경험을 어떻게 발명할 것인가? 수준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ziojmOarHY&list=PLOwNT3YqUX-T8TntFnyMlg-NnybVVy-Om


https://brunch.co.kr/@yonhos/33


│맺음: 맥락의 진정한 의미


  최근 마케팅 관련 책들은 Data 기반의 내용들 - 머신러닝, AI 등 - 이 아니면 대부분 뉴노멀 시대의 마케팅에 대해 이야길 한다. 실제로 과잉, 잉여의 시대에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제안(큐레이션)은 맥락에 맞게끔 접근하지 않으면 그냥 한 것에 대한 흔적만 남을 뿐이다.

 팀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다보면, 해당 Function에 매몰되고 그러다보니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지않은 캠페인을 흔하게 보게 된다. 즉, 잘될 것 같아 보이는 캠페인 중에 대박을 치는 경우는 사실상 드물며,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캠페인이 훨씬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낼 때가 있다. 나는 이런 경우를 구슬과 목걸이에 빗대어 표현하곤 한다. 각자 업무에서 구슬은 누구나 다 잘 만들고 있으나, 각각의 구슬만로는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고민하고 각각의 구슬을 잘 꿰어 목걸이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건 결국 고객 경험을 발명할 만큼 맥락에 대한 고민을 철저히 해야 하고 내부 R&R에 굴하지 말고 끝까지 해나가야 한다.

 책 안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절대가치"나 "지적자본론"을 같이 읽으면 맥락에 대한 내용이 보다 이해가 잘 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