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병원으로 전원을 하루 앞두기 전날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 전 산모의 상태에 관련해서 물어보는 설문지를 하나 작성해야 해서 간호 선생님과 같이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내일 만나 뵐 교수님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게 됐다.
나는 이 교수님이 얼마나 유명하신 분인지 잘 모르지만 이미 몇몇 엄마들 사이에서는 세브란스 산부인과 이 교수님 이름만 들어도 "그 교수님 진짜 진료 잘 보세요 그리고 믿음이 많이 가는 분이에요."라며 이미 정평이 나있는 분이셨다.
블로그 후기 또한 그러했다. 사진으로 본 교수님은 자상함이 철철 넘치실 것 같은 인자한 인상이셨다. 뭔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긴장되는 마음 반 새로운 병원 새 교수님을 만난다는 약간의 설렘 반 그리고 뚜기가 얼마나 컸을지 잘 있겠지? 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날 세브란스 병원으로 간호 선생님과 일찌감치 출발했다.
차로 10분~15분이면 도착하는 병원 눈 깜짝할 사이에 병원 앞에 차는 멈춰 세워졌다. 두근두근 두근.. 병원은 일찌감치 도착했는데 초진 접수하는데 시간 은근 오래 걸렸다. 그리고 어찌나 정신없어 보이는지..
초진 접수하고 4층에 있는 산부인과 접수 후 진료카드를 찍은 후 혈압과 몸무게를 측정했는데 은평과는 달리 키오스크로 재고 자동으로 전송이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이었다. "신세계네?" 기계의 자동화 시스템에 감탄도 잠시 초음파실에서 초음파 검진을 받기 위해서 기다렸는데 1시간 30분 이상을 기다렸다.
이 날따라 외래진료가 많아 대기가 길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덥기는 또 얼마나 덥던지 분명 실내에 앉아 기다리는데도 외부에 있는 마냥 유독 그날은 더웠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슬슬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찰나에 나를 찾는 문자 가 띡 카톡으로 전송됐다. 초음파실 1번 방에서 누워서 대기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나 시간이 안 가던지 이런저런 생각들로 입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기분이 순간 들었다.
이윽고 초음파 봐주시는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자궁경부 길이를 재고 초음파를 보았다. 이곳저곳 정말 꼼꼼히 봐주시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뚜기의 모습이 잘 안 보여서 막 흔들어 보기도 하셨다. 세게 누르기도 하셨다. 아픔이 느껴지긴 했지만 꾹 참았다.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그러더니 나가더니 깜깜무소식..."어? 뭐지?"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또 한참을 멍 때리며 대기하게 됐고 이윽고 간호사님이 들어오더니 "담당 교수님이 다른 방에서 다시 보실 예정이니 잠시 밖에서 다시 대기하시겠습니다" 이러는 게 아닌가....
초음파 보는 대기 시간도 대기 시간인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뚜기 상태가 어디가 또 많이 안 좋아 그러나? 별 별생각이 다 들었다. 1번 방에서 5번 방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고 몇 분이 지났을까? 5번 방에 누워서 검진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진 속에서 뵈었던 교수님이 등장하셨다.
검은색 안경을 끼신 채 "안녕하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시며 의자에 앉으신 채 초음파를 봐주셨다. "안녕하세요."그렇게 누워서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윽고 "왜 오셨어요?"라고 물어보시길래... 순간 정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소견서 보셨으면 다 아실 텐데... 왜 물어보시는 거지? "폐에 혹이 생겨서 은평서 진료 보다가 여기 오게 됐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옆에 계시던 간호 선생님이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알 수 없는 의학적인 용어를 마구마구 이야기하시며 어떤 선생님께 이거는 적고 이거는 빼고 이거는 적어 이러시며 내 배 여기저기를 초음파 기계로 움직이시며 보셨다. 뭐 때문에 이렇게 교수님까지 오셔서 초음파를 두 번이나 볼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으나 그렇게 교수님 검진을 끝으로 초음파 검진은 끝이 나고.
교수님 진료실 앞에서 교수님 면담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교수님 진료도 바로 보지는 못하고 약간의 대기시간이 있었다. 병원에 1시 조금 넘어왔는데 어느덧 시간은 거의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가 참 길다고 느끼며 지쳐가고 있을 때쯤 드디어 아까 초음파실서 뵈었던 교수님을 만나 뵈었다.
은평서 복수 크기도 줄어들고 있단 이야기를 듣고 왔고 바이러스 감염으로 그러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는 소견을 들었기에 그래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날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 상당했다.
"산모는 바이러스 치료를 받아 나아졌을지 몰라도 이미 태아는 타격을 상당히 받은 걸로 보입니다. ccam은 맞고요. 전체적으로 다 좋아 보이지 않아 보이고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지도 사실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기형의 여부도 가만해야 할 수 있습니다. 복부둘레도 상당히 나가는 편이고 복수도 늘었다 줄었다 하는 걸로 보이고 이미 산모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예후가 좋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단독 니큐에서 장기적인 치료를 오랫동안 병행해야 하고 신생아과와 다른 과 와 협진 진료를 같이 해나가야 합니다."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어디 한 군데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니... 바이러스 감염이 된 걸로 보인다니 은평에서 들었던 소견이랑은 정 반대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안 좋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한 뚜기의 현 상태를 듣게 되니 하늘이 무너진 거 같았다. 이때까지 버텨오고 있었던 작은 희망 줄 마저 끊어져 버린 그런 기분이었다.
병원에서 최대한 안 울려고 하는데 어김없이 눈물이 왈칵 새어 나오고 말았다. 진료실에서부터 눈물이 새어 나왔다. 이런 상황들이 너무 받아들이기 버거웠다. 뚜기의 상태도 상태지만 앞으로의 진료방향 이야기만 생각해도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안 좋다고 하니까.. 미칠 것 같았다. "많이 호전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앞이 보이지가 않았다. 자꾸 긴 암흑 속에 터널 속으로 자욱한 안개가 낀 곳으로 한없이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피부과에 협진 진료를 예약해 놓고 2주 뒤 산부인과 예약을 잡아놓고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29주 차에 출산을 앞두고 전원한 나의 마지막 병원 세브란스병원 나는 세브란스 병원이 얼마나 의료기술이 좋은지 신생아 치료를 얼마나 잘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근데 그런 병원에 와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을지 뚜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태어나 봐야 상태를 보고 치료 방향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는데... 늘 느끼는 생각이지만 당장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그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비참했다.
오늘 하루 정말 뚜기에게도 그리고 엄마에게도 정말 너무 버거운 하루였다. 그리고 그런 뚜기에게 나는 말해줬다. "뚜기야 오늘 병원서 4시간 동안 대기하며 초음파 본다고 너무너무 고생 많았고 미안해 뚜기야..."라고... 그리고 잘 버텨주고 있어 줘서 고맙다고...
엄마 뱃속에서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병원만 다녀오는 날이면 유독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는 나날들을 나는 힘들지만 버텨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