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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Oct 19. 2024

13장. 아기가 스스로 잘 견뎌주고 있네요.



전 날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온후 밤에 잠을 너무 설치는 바람에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야 말았다.아침을 먹으러 내려가기 전 뱃속에서 움직이고 있던 뚜기를 조용히 불러 보았다.


감기가 걸린 것도 아닌데 아침에 목이 그렇게 잘 잠기는 편도 아닌데 목이 메서는 "뚜기야.." 라고 부르는 이 세 단어조차 말이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순간.. 아 "내가 엄마는 엄마구나.." 이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내가 지금 뚜기한테 집중하고 있구나.. 뚜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고 있구나..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있구나..


"뚜기야, 엄마가 너무 미안해.. 아프게 해서 너무 미안해..." 내가 아프라고 아프라고 바랬던 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정확한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측만 할 뿐 엄마라는 이유로 미안함도 커져갔다.


그 말을 들었는지 신기하게도 툭툭거리면서 유난히 크게 반응해 주는 뚜기가 한 편으로는 너무 기특했다. 그리고 그런 뚜기에게 그 작은 아기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향했다. 여기서 병원 갈 때마다 관리사 선생님이 운전해 주셔서 병원에 데려다주신다. 그리고 간호 선생님과 같이 병원 진료도 동행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문득 생각이 났다.


아마 내가 미혼모 시설이 아닌 밖에서 혼자 지냈었다면 병원은 제때 갔을까? 혼자서 이런 상황들을 다 감당해 낼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스치듯 드는데 참 아찔했다. 상상하기 싫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한 후 늘 하던 데로 혈압과 체중을 체크하고 초음파 검진실에서 초음파를 보았다. 그리고 이날만큼은 유난히 교수님 진료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옆에 같이 앉아계시던 간호 선생님께 내가 했던 말이 기억이 또렷이 난다. "선생님.. 너무 긴장돼요... 무슨 말을 들을지..." 이윽고 기다리던 순서가 왔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편안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교수님을 뵈었다. 진료 갈 때마다 항상 "어떻게 지냈어요?" 라고 물어봐 주시는 선생님의 그 목소리 톤과 그 안부 인사가 나쁘지 않았다.


그 물음에 난 별로 못 지냈다. 잘 못 지냈다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간호 선생님이 옆에서 어제 개인병원 가서 들은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교수님은 대번 그러셨다 "뇌수종은 아닙니다." 확신에 찬 확고한 대답이셨다. 오?!오오! 뇌 안에 물이 고여있지는 않아요. 피부 겉에 막이 생긴 걸로 보이는 거고요.


그러시며 처음에 병원을 찾았을 때 봤던 복부둘레와 머리 쪽 모습과 오늘 보았던 복부둘레와 머리 쪽을 비교해서 보여주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보이시나요? 제가 보기엔 처음에 와서 봤을 때 보다 복수가 많이 줄어드는 게 보입니다. 저번에 안 보였던.. 위도 보이고요. 귀 크기도 조금 작은 거 같았는데 괜찮아 보여요. 처음에 왔을 때 정말 너무 심해서... 사실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기가 스스로 이여 내주고 있어 다행이네요."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진짜 너무 걱정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드는 순간이었다. 얼굴에 옅은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아..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속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그때 감정 그때 마음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백 프로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지만 어제 들은 이야기의 충격에서는 헤어 나오기 충분했다.


하루 사이에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나 타는지 오락가락하는 이 감정 정말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데 오늘 들었던 소견은 정말 바짝 마른 메마른 땅에 단비와도 같은 희망찬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뒤로...


출산을 은평에서 할지 아니면 조금 더 큰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다른 곳에서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다. 어차피 전원을 해야 한다면 빠른 시기에 빨리 옮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기에 은평 보다 거리상으로 가까운 세브란스병원을 염두에 두게 됐다.


6월에 세브란스병원은 예약 자체가 안되었는데 과연... 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병원 예약 문제는 간호 선생님께 맡겨둔 채 그날 병원 진료는 희망을 어느 정도 품은 채 그렇게 끝이 나고 검사 한 가지 의뢰해놓고 다음 예약 일을 예약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출산 예정일까지 남은 일수 89일 27~28주 사이에 정말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병원 다녀와서 초음파 앨범 정리하면서 초음파 사진 보고 영상 녹화해 준 거 다시 되돌려보면서 직접 눈으로 복수가 잦아들고 있음을 한 번 더 보았다.


잘 버텨준 우리 뚜기가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하고 자랑스럽던지 정말 태명답게 잘 이겨내주고 있었다.오뚝이답게! 오뚝이 근성답게! 지금까지도 잘 버텨왔으니까 조금만 더 버티자 엄마랑 같이.. 기특해 정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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