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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Oct 13. 2024

12장. 한 시도 마음이 편안할수 없는 나날들의 연속.



임신 주수가 늘어갈수록 100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8월에 들어서게 됐다. 봄꽃 봉오리가 피어나기도 전에 임신 사실을 알았는데 계절이 변하고 벌써 여름이라니? 정말 시간 안 간다 안 간다 생각했는데 계절이 바뀐 거 보니 어찌어찌 시간은 시간 데로 흘러가고 있던 모양이었다.


8월 8일 은평 성모병원 정기검진을 앞두기 하루 전 날이었다. 7월 중순에 조금씩 연한 피 출혈이 있어서 개인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잠잠해졌던 피가 다시 출혈 조짐이 보이면서 다시 개인병원을 찾게 되었다.


내일이면 예약한 병원을 가는데 다른 병원을 가야 하나 어째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노심초사 불안해하며 있는 것보단 가보는 게 백번 나을 것 같아 간호 선생님과 동네 코앞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다.


임신 초기 때 한 2번 정도 갔던 병원이라 의사 선생님도 알고 의사 선생님도 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계셨다. 그러나 오래된 병원 초음파 기계는 옛날 꺼라 화질이나 이런 건 낙후되어서 가게 될 것도 두 번 정도만 가고 안 가게 되긴 했지만 워낙 실력 있으시고 오랜 연륜과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 종종 찾을 때도 있다.


하나 걱정됐던 건 팩트를 잘 말씀하시는 분 .뚜기가 안 좋아지기 전 진료가 마지막이었기에... 좋은 말을 들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에 어느 정도 긴장되는 마음으로 그리고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찾게 되었다.


특유의 반겨주시는 말투 그리고 표정, 진료 보는 치마로 갈아입고 진료받는 의자에 누웠다. 그리고 시작되는 초음파 검진 "무슨 일로 왔어?" 물어보시길래 "요즘 연한 피 출혈이 계속돼서 걱정이 돼서 왔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나는 아무리 초음파를 봐도 뭐가 뭔지, 뚜기가 뭐 하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봐도 모르겠던데 흑백 배경에 흐릿흐릿하게 보이는 화면으로도 딱딱 어디가 어딘지 보시며 상태를 줄줄 이야기해 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다 느껴졌다.


초음파를 보시면서.."아고 상태가 세상에나 많이 안 좋네..."

"어디 한 군데만 이상이 있어 보이는 게 아닌데? 뇌 쪽에도 수종이 있는 걸로 보이네? 심장은 잘 뛰네. 지금 피 나오는 건 걱정 안 해도 돼. 괜찮아."


초음파 검진이 끝나고 몇 장의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들고는 진료실에서 마주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사실 이때까지 내가 뚜기의 상태를 알고 받아들이고 있던 부분 보다 더 충격적이었고 애써 덤덤히 눌러 담고 있던 힘듦을 끄집어내 뒤흔들기에 충분히 차고 흘러넘치고도 남기에 충분했다.


"배에 복수가 차는 것도 차는 건데 폐뿐만이 아니라 뇌에도 수종이 있어 보여, 뇌에 수종이 생기는 건 답이 없어. 태어나서 죽을 수도 있고 살아도 힘들 거야. 차라리 지금이라도 조기진통이라도 오는 게 엄마나 아빠 한 테나  두 집안 다 나을지도 몰라. 다음 임신을 준비해~ 죽기 살기로 기도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와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일인가? 이렇게 심장을 후벼 파야 하나? 뇌에 수종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데체 무슨 일인 거지? 조기진통 오면 안 된다고 은평서 국립서 그랬는데.. 정말 팩트 폭행 당한 기분이었다. 이날 병원 다녀오고 하루 종일 기분이 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했다. 그날 이후 절대 이 병원은 다시는 안 가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아니 빈말하는 것보다야.. 낫긴 하지만... 참 말씀을 너무 막 하신다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았기에... 출산 예정일까지 90일 남은 27주 1일 차. 그날 저녁 혼자 누워있으면서 조용히 뚜기를 불러 보았다.  주수가 어느 정도 찼기에 우리 뚜기는 활발함과 조용함 중간 어딘가에서 열심히 움직여 주고 있었다.


"뚜기야..괜찮을거야 잘 있지?" 나의 이런 물음에.. 알아듣는 건지 툭 툭 툭 움직여주는 뚜기 덕분에... 그리고 심난해하고 있을 날 걱정하시고 퇴근 전 들여다보고 가신 간호 선생님의 애정 어린 마음 덕에..


힘들었던 하루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또 무슨 말을 들을지.. 짐작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은 채.. 뒤척이는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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