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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Sep 24. 2024

6장. 뚜기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되다.



임신기간 5개월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임신 19주 1일 차 때의 일이었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마다 그리고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았던 동네 산부인과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8주 때까지만 해도 정상 주수에 맞게 252g의 무게로 엄마를 지켜주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 귀여운 모양에 야물 딱 쥐게 손을 쥐고서 있었던 모습을 본 게 일주일 전일인데 일주일 만에 본 초음파 영상에서는 복부가 심하게 부풀어서 부어있던 움직임도 약했고 전체적으로 부어있는 양상의 뚜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초음파로 보는 모습이야 어디가 어디이고 어디인지 알 길이 없는 초보 엄마인데 선생님의 표정만 보고도 대번 "아 이건 뭔가 조짐이 좋지 않구나"라는 것을 나는 엄마의 느낌으로 직감으로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어느 병원 다녀요? 아기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데 다니는 병원에 언제 가요? 빠른 시일 내 가서 제대로 검사를 다시 받아봐야 할 것 같아요."


얼떨떨하고 또 불안을 한가득 머금은 채 병원에 나와서 시설로 전화를 바로 돌렸고 원래 다니는 병원으로 바로 급하게 예약을 잡고 병원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병원에서 다시 초음파 검사를 했고 뚜기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피검사를 다시 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결과를 듣기로 했다. 선생님이 보신 초음파 검진 소견 또한 장기도 석회화가 되어 보이고 전체적으로 부어있다는 소견.


도대체 왜..? 일주일 전만 해도 괜찮게 잘 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받아들일수 없었고 이틀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을 다시 가봤지만 태아 수종 진단 소견서를 받아 들고서는일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아무 소득 없이 나오게 되었다. 태아 수종이라니...


그 후 태아 수종 관련해서 네이버에 얼마나 검색을 해봤던지... 그래도 별일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애써 마음을 누르며 기존 병원 가는 날 만을 마냥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 당일 되었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서 아기가 타격을 받은 걸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 장기도 석회화가 되어 가는 과정으로 보이고 그 때문에 복부에 물이 차고 머리 쪽을 비롯 전체적 으로 많이 부어가고 있다.


이런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다. 최대한 32주 이상은 무조건 주수를 끌고 가야 하는데 앞으로 장담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산모 또한 치료가 지금 시급한 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아이한테는 없다. 대학병원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해서 의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요즘 같은 의료 파업 시국에 다른 병원을 예약 잡는 게 쉽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아기 아빠를 떠나보내고..


아기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자책 미안함 앞에 뚜기를 제대로 신경 써 오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두려움 앞에 그리고 내가 바이러스 감염이 되어 그런 거 같다 라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 앞에 몇 번이고 무너져 내렸는지...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우는 것 밖에 없었고 이런 내 현실과 상황을 더 원망하고 원망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는데 온갖 불행이라는 불행은 다 나한테만 다가오는 거 같았다. 아니 이미 다가왔다. 이런 와중에 평일에 시설에서는 집단음악치료라는 집단상담을 하고 있었고 나는 한창 이 음악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참여를 하고 싶든 안 하고 싶든 인 이 없다 보니 참여를 할 수밖에 없었고 악기를 활용해서 음악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건데 정적인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활동적인 리듬적인 게 성향 자체에 맞을 일이 만무했다.


한주의 근황들을 물어봐 주시는 선생님 앞에서 나는 당연히 좋은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심리적으로 적지 않았던 스트레스들을 떠안으며 애써 담담히 지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표현이 났겠지만 그건 아주 빙산의 일각 일부분이었고 정작 중요한 건 꽁꽁 감춘 채..


그 무렵 외부로 다니고 있던 심리 상담 또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었기에 살얼음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위태한 외줄 타기를 경험하듯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인내하며 나는 홀로 외롭게 정신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마치 대충 쌓아놓은 모래성이 밀려드는 바닷물에 쓸려 내려갈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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