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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Sep 30. 2024

7장.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던 시간을 보내다.



매 순간 매 순간이 어떻게 나는 위기이고 어떻게 된 게 순탄하게 흘러가는 법이 없음을 가면 갈수록 느끼는.. 전생에 내가 뭐였길래? 이런 일을 다 겪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여기서 버티고 있는 거지? 별별 생각과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연신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터질게 터지고야 말았다.


화재사고로 인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핸드폰 포렌식 조사가 범죄 혐의가 없음으로 끝이 나고 그 상처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뚜기의 태아 수종으로 인한 건강 상태로 아기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겨우겨우 애써 덤덤한 척 버티고 있었는데.. 대학병원 예약하는 과정에서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여기 미혼모 시설서 지내면서 그나마 속맘을 털었던 동생이 있었다. 그 동생에게 시시콜콜 자세히 까지는 아니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대학병원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간단하게만 이야기를 했는데.이게 뭐가 잘못된 건지 상담 선생님과 병원 예약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감정적으로 말이 오해가 되어 서운함이 극에 달하는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동생한테 자세히 말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들이 내가 처한 상황을 알면 행여나 안 좋은 말들이 나올까 봐 염려하셨던 거였는데.. 그 말이 오가는 와중에 나는 상처를 받게 되었다.하긴 어떤 말을 하던지 무슨 말을 듣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듯...다른데 선생님의 말들이 상처로 와닿은 동시에 이곳에 대한 믿음도 순식간에 날아간 순간이었다.


여기서 지내는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알게 모르게 엄마들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함께한 시간보다도

선생님들과 그래도 속마음도 털고 같이 이야기 나누며 보낸 시간들 속에서 많이 의지를 했던 모양이었다 내 편에서 생각을 해주실 줄 알았는데 나란 사람 개인적인 사람의 입장보다 시설입장 단체 입장에서만 생각하신다는 인상을 세게 받았기에 이곳을 버팀목이라 생각했던 게 한순간에 뿌리째 뽑혀 날아가 버린듯한 기분이었다.


속상함에 방으로 돌아와서 눈물을 흘리다가 도저히 가만히 방 안에만 있을 수 없어 핸드폰 이랑 지갑만 쏙 챙겨 들고 무단가출을 감행했다. 청소년 시기 때 방황할 때도 시설 생활할 때도 안 해본 가출을 35살이나 먹은 이 나이에 할 줄이야.... 그냥 무턱대고 나와서 무작정 전철을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정말 너무너무 살기가 싫었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뱃속에 아이고 뭐고 간에 살고 싶지 않았다. 한강공원에서 삼삼오오 그리고 가족단위 혹은 연인 단위로 와서 여가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을 문득 보고 있자니 더 서글픔이 몰려들어왔다. "저런 행복이 왜 나한테는 욕심이 되는 건지, 왜 나에게는 허락 되지 않는지.."목줄을 달고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보다도 못한 인생이 지금의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유히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한강 물을 바라보며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마포대교를 바라보며 죽음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 와중에 핸드폰에서는 시설에서 나를 찾는 전화와 연락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마음에 상처를 한가득 입어 타격이 커져 있는 나에게 그 연락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용기가 있었더라면 정말 맨 정신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죽음의 기로 앞에서 한 발자국 뒤로 가게 된 건 문득 "뱃속에 아이는 대체 무슨 죄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나 하나 잘못되는 거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내 생각과 결정으로 아직까지 심장이 뛰고 있는 아이를 나 스스로 차마 안 좋게 만들어버릴 수가 없었다..


무서운 생각을 뒤로한 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며 머릿속을 비우려고 생각을 했다. 그런다고 해서 정말 비워지지도 않았지만.. 버팀목이라 생각했던 시설에 대한 실망감과 거리감, 아기 아빠에 대한 원망과 미안함. 알 수 없는 뚜기의상태 그리고 개인회생을 하던 중에 개인회생 폐지를 앞두고 경제적으로 처한 위기감.. 핸드폰 요금 미납으로 인한 정지 스트레스까지 연거푸 폭탄 마냥 터지는 상황 속에 마주한 현실이 나에게 혹독하기만 했다.


두 번째 오는 여의도 한강공원... 35살 이 되어서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은 왜 그리 유난히 차갑게만

느껴지는지.. 한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겨울바람 마냥 칼바람처럼 느껴지는 건 처음 느끼는 감정

이었다. 그렇게 절체절명의 삶에 기로에서 나는 홀로 외로이 빠져나오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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