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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Sep 23. 2024

5장. 평범하나 평범하지 않았던 미혼모 생활 적응기.



뱃 속에 아기 뚜기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날 지키기 위해 찾아온 미혼모 시설에서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들 청소년기 시절에도 개인적인 가정사로 인해 청소년쉼터 생활을 해봤었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이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30살이 넘어 다 큰 어른이 되어 다시 시작하는 시설생활이라니...


어디를 가나 처음에는 다 낯설기에 적응을 해야 하는 게 있었고 화재사고로 아기 아빠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삶의 모든 기반을 잃고 맨몸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바뀐 내 눈앞의 현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꽤 상당한 시간들이 필요했다.


바깥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혼자서 생활하다시피 하다 여러 사람들과 복작복작 거리며 생활을 한다는 것이 결코 말처럼 쉬운 생활만은 아니었다. 워낙 각자마다 저마다의 어려운 사연들을 안고 힘든 순간에 다들 왔고 나 또한 그러했기에 바뀐 생활 앞에 시설 생활 적응은 마음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임신 극 초기에 왔기에 움직이는 것이나 생활함에는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마음이 찢어질게 아플 뿐... 짧은 시간 안에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일이 연속으로 터졌고 심리적으로도 약해질 데로 약해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안 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왔다. 병원 가는 날은 병원에 가고 내부에서 부모교육 이라든지 외부 프로그램 문화활동 이라든지 공예 프로그램 집단상담 독서 프로그램 등등 프로그램들도 참여하면서 이곳 생활에 차차 적응해 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서 지내고 있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곳에서 지내고 생활하고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냥 편안하고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내면서 크게는 아니지만 각각의 이해관계들 속에서 엄마들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적으로 알게 모르게 부딪히고 스트레스받는 일들 또한 있었다.


"내 일로도 충분히 힘든데.. 내가 여기 와서까지 이렇게 이런 부분까지 힘들어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임신한 임산부였기 때문에 호르몬 변화인지 별거 아닌 사소한 부분에서는 더러 예민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생활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들과 소통했고 아침마다 건강 상태 확인할 겸 혈압 재러 와주시는 간호사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답답한 마음의 한구석을 그렇게 하나씩 털어내어 갔다.


돌이켜보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 먹는 것도 지금에 비하면 제대로 못 자고 못 먹는 시간들이 있었다. 머릿속에 온통 아기 아빠의 사망 소식으로 미안함으로 자책감으로 그리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도배가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뚜기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생각하는 비율이 아기 아빠가 70% 이면 뚜기에 대한 나의 마음은 30%도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기에 이곳에 계신 상담 선생님으로부터 외부로 심리 상담을 받으러 다녀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개인으로 1 대 1 상담을 받아 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올해 겪었던 내 이야기를 나의 상처를 다시 털어논다는 것이 쉬운 일들은 아니었지만 막상 상담을 시작하고 그런 힘든 이야기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술술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고 상담하는 시간 동안 내 감정들을 면밀히 마주하고 내 상처를 마주하며 치유할 수 있는 시간들이 쌓여갔다.


내가 여태껏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건 상담 선생님과의 상담들과 생활지도 선생님들의 수많은 위로와 간호사 선생님과의 대화들이 나를 버티게 만든 힘이었고 내가 처한 현실이 나를 버틸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단단한 버팀목들 이였다. 이런 대화들조차 없었다면 어떻게 혼자서 인내하고 감당하고 버텼을지.


더불어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아이를 낳아 입양을 보내지 않고 양육하는 엄마들의 아기들을 매일매일 마주하고 보는데 아기들을 보고 있으면 어찌나 예쁘고 귀엽던지 보다 보면 시간이 잘 갔다. 그 또한 내가 버티는데 한몫했다. "평범하지만 마냥 평범하지 않았던 나의 미혼모 시설생활 적응기" 난 이곳에서의 생활들을 이어가고 있으며 어느덧 이곳에서의 생활도 6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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