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인도 고무나무 이야기
작년 늦가을. 식물 생활에 이제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무렵, 나는 슬그머니 우리 집 거실에 들일만한 또 다른 식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금도 초보 집사이지만, 당시에는 이제 막 입문하기 시작한 왕초보 집사였다. 이런 나도 잘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는지 한참 물색했고, 동글동글 두툼한 이파리가 매력적인 인도 고무나무를 우리 집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아, 심겨있는 화분이 아닌 모종채로! 후후…
당시의 나는 식물 유튜브를 열심히 보곤 했더랬다. 그 영상들을 보다 보면 식물 집사들이 직접 분갈이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 비롯된 용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분갈이,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고무나무는 모종으로, 분갈이용 흙과 마사토도 호기롭게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을 마쳤다.
자 이제 (분갈이)게임을 시작해볼까?
고무나무를 비롯한 분갈이 재료들이 하나 둘 집에 도착하자, 나는 영상에서 배운 대로 분갈이를 시작했다. 마사와 흙을 깔고 식물의 자리를 잡아준 상태에서 다시 흙을 충분히 채워 식물을 심어준 뒤, 예쁘게 그 위에 마사토를 올려 장식했다.
마침내 분갈이 대망의 피날레, 식물에게 시원한 물을 먹여주고 마무리하려는데…어? 뭔가 이상하다.
고무나무에게 물을 먹여준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화분의 배수구멍으로 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영상에서 봤을 때는 분갈이 후 물을 흠뻑 주면 화분 아래 물구멍 아래로 쫄쫄 빠졌는데… 나의 고무나무는 물을 먹은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게 아닌가.
잔뜩 묵직해진 고무나무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급한 대로 다시 영상을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배수층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결국 배수층에 쓰일 부속 재료를 추가 주문했고, 며칠 뒤 남은 부재료들 마저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몸살을 한창 앓고 있을 고무나무를 다시 화분 밖으로 끄집어 내 2회 차 분갈이를 시작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한 듯, 다시 욕실에 쪼그려 앉아, 같은 식물을 분갈이해주는 나의 모습은…
다행히도 다시 시도한 분갈이는 괜찮게 완성된 것 같다. 화분의 물도 적당히 잘 빠지게 되었다.
이후 나의 고무나무는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몸살 없이 새 잎도 빼꼼 뽑아내며 아주 잘 자라주고 있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나의 고무나무!
<초보 식물 집사의 분갈이 레시피>
1. 화분 구멍에 깔망을 넣어준다.
2. 대형화분 기준으로 1/4~1/5 정도의 높이로 입자가 큰 돌을 깔아준다. (난석, 마사토 등)
2. 그 위에 중립> 소립의 순으로 부재료를 깔아준다.
3. 분갈이흙은 필요/목적에 따라 훈탄, 펄라이트, 녹소토 등의 부재료를 배합해 사용하면 된다. 잘 섞은 흙은 모종과 함께 예쁘게 심어준다.
(부재료마다 보습 또는 배수에 도움이 되는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식물의 특징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왕초보 식물 집사라면 완성된 화분 위에 돌로 덮어버리는 멀칭은 그리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줘야 하는 경우, 화분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흙의 통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요약: 유튜브에 ‘분갈이’를 검색하세요 :)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