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평 Jun 02. 2022

야, 너두 분갈이 할 수 있어

12. 인도 고무나무 이야기


작년 늦가을. 식물 생활에 이제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무렵, 나는 슬그머니 우리 집 거실에 들일만한 또 다른 식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금도 초보 집사이지만, 당시에는 이제  입문하기 시작한 왕초보 집사였다. 이런 나도  키울  있는 식물이 있는지 한참 물색했고, 동글동글 두툼한 이파리가 매력적인 인도 고무나무를 우리 집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 심겨있는 화분이 아닌 모종채로! 후후


당시의 나는 식물 유튜브를 열심히 보곤 했더랬다. 그 영상들을 보다 보면 식물 집사들이 직접 분갈이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 비롯된 용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분갈이,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고무나무는 모종으로, 분갈이용 흙과 마사토도 호기롭게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을 마쳤다.



자 이제 (분갈이)게임을 시작해볼까?



고무나무를 비롯한 분갈이 재료들이 하나 둘 집에 도착하자, 나는 영상에서 배운 대로 분갈이를 시작했다. 마사와 흙을 깔고 식물의 자리를 잡아준 상태에서 다시 흙을 충분히 채워 식물을 심어준 뒤, 예쁘게 그 위에 마사토를 올려 장식했다.

마침내 분갈이 대망의 피날레, 식물에게 시원한 물을 먹여주고 마무리하려는데…어? 뭔가 이상하다.


고무나무에게 물을 먹여준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화분의 배수구멍으로 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건가요?


영상에서 봤을 때는 분갈이 후 물을 흠뻑 주면 화분 아래 물구멍 아래로 쫄쫄 빠졌는데… 나의 고무나무는 물을 먹은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게 아닌가.


잔뜩 묵직해진 고무나무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급한 대로 다시 영상을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배수층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결국 배수층에 쓰일 부속 재료를 추가 주문했고, 며칠 뒤 남은 부재료들 마저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몸살을 한창 앓고 있을 고무나무를 다시 화분 밖으로 끄집어 내 2회 차 분갈이를 시작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한 듯, 다시 욕실에 쪼그려 앉아, 같은 식물을 분갈이해주는 나의 모습은…


도르마무! 다시 분갈이를 하러 왔다




다행히도 다시 시도한 분갈이는 괜찮게 완성된 것 같다. 화분의 물도 적당히 잘 빠지게 되었다.

이후 나의 고무나무는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몸살 없이 새 잎도 빼꼼 뽑아내며 아주 잘 자라주고 있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나의 고무나무!





<초보 식물 집사의 분갈이 레시피>


1. 화분 구멍에 깔망을 넣어준다.

2. 대형화분 기준으로 1/4~1/5 정도의 높이로 입자가 큰 돌을 깔아준다. (난석, 마사토 등)

2. 그 위에 중립> 소립의 순으로 부재료를 깔아준다.

3. 분갈이흙은 필요/목적에 따라 훈탄, 펄라이트, 녹소토 등의 부재료를 배합해 사용하면 된다. 잘 섞은 흙은 모종과 함께 예쁘게 심어준다.

(부재료마다 보습 또는 배수에 도움이 되는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식물의 특징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왕초보 식물 집사라면 완성된 화분 위에 돌로 덮어버리는 멀칭은 그리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줘야 하는 경우, 화분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흙의 통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요약: 유튜브에 ‘분갈이’를 검색하세요 :) (하핫)




매거진의 이전글 초보 식물 집사의 필수템을 소개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