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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May 30. 2022

초보 식물 집사의 필수템을 소개합니다.

11. 나의 반려식물을 과습에서 구원해줄 수분측정기

식물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진 않았지만, 몇 번 겪어보니 사람이 죄 없는 선량한 식물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애정이 너무 없거나 또는 애정이 너무 과하거나.

애정이 너무 없다면 식물은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말라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대로 애정이 너무 과하다면 물을 자주 주게 되어, 호흡이 힘들어진 뿌리가 썩어서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


참고: 0. 프롤로그 -오늘도 나의 반려식물이 초록별로 떠났다​


식물에게 물을 주고난 뒤 그 물이 빛과 공기를 통해 충분히 마르고 나서야 다시 물을 주는 것. 즉, 물의 순환은 식물에게 꽤나 중요하다.




우리가 밥을 먹고 소화를 하듯
식물도 물을 소화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


고백하건대 나는 후자의 이유로 식물을 죽여본 경험이 꽤 (많이) 있다.

열렬히 사랑하지만, 아직 애정 표현은 한없이 서투른 나 같은 초보 식물 집사들은 물마름보다는 이 과습으로 인해 사랑했던 식물을 보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는 것 같다. 나도 식물과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야 물을 주기 전에 화분 속 흙이 충분히 말랐는지 확인한 후 물을 주곤 했는데,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분측정기라는 신문물을 발견했다. 나 같은 프로과습러에겐 그것은 빛이나 다름없었고,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다.


수분측정기는 크게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방식으로 나뉘는데, 수분 측정기를 화분 속에 꽂아보면 막대 끝에 달린 금속으로 흙의 수분을 측정해 흙이 말랐는지-촉촉한지-축축한지를 알려준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5-10분 정도 꽂아두고 측정해봐도 무방하다. 나무젓가락이 젖어있다면, 수분이 아직 충분하다는 것!)


 수분측정기는(or 나무젓가락) 뿌리가 다치지 않을 정도의 뿌리 바깥쪽에 가깝게 일 자로, 그리고 가능한 금속 막대의 절반 정도까지 찔러 넣으면 어느 정도 흙이 말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을 엄청 좋아하는 일부 열대 관엽 식물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흙이 어느 정도 충분히 말랐다고 판단됐을 때 물을 흠뻑 주는 게 차라리 안전하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물 주기 방식을 도입한 이후로는 식물들이 과습으로 시름시름 앓는 일이 확실히 이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

초보 식물집사 여러분, 우리도 자신감을 가져봐요




나처럼 과습으로 식물을 초록별로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 식물 키우기가 망설여지거나, 혹은 이제 막 식물을 키우기 시작해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된다면, 물 주기의 보조 장비로 나무젓가락이나 수분측정기를 사용해보는 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화원에 가면 아직도 ‘주 1회’ 물을 주라는 등 식물의 물 주기를 절대적인 기간으로 알려주는 곳이 꽤 있다. 사람도 소화기관과 활동량에 따라 소화량이 다르듯, 식물도 공간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나 바람, 심지어 화분의 크기와 종류(재질)에 따라서도 물 주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말이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똑같은 공간 안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물을 소화하는 시간은 다르게 간다. 그래서 식물 각각의 물 주기도 조금씩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루틴이 나의 식물 생활을 더 리드미컬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규칙대로 물을 주고 관리한다면 귀찮음이야 덜 하겠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식물을 키우는 일이 단조로워져 쉽게 질리지 않았을까? 조금만 신경 써주면 식물들도 그 정성에 보답하듯 신엽과 줄기를 내어주며 건강하게 자라주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 상호작용인가.

반려식물과의 아픈 이별을 경험하고 난 뒤 얻는 소소한 깨달음은 나의 식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나를 또 가르친다.(흑)



초보 집사 여러분,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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